“당신의 자녀가 사람일 확률은 33%입니다.” 어느 날 아이의 학교에서 이런 통신문을 받는 상황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사람과 인공지능의 구별이 힘들어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수시로 본인임을 인증받으면서 살듯이, 아이들은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과 사람을 구별해주는 튜링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이 테스트는 심판관이 사람과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대답 중 어느 쪽이 더 사람에 가까운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러시아 개발자들이 만든 채팅로봇이 지난 2014년 튜링테스트에서 심판 30명 중 10명에게서 인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이 최초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혼란스럽다. 정부에서는 충분한 고민과 논의 없이 코딩교육을 의무화하고, 일부 계층에서는 이미 조기교육의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인공지능처럼 생각하는 ‘컴퓨터적 사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이라면 겁부터 나는 부모들은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고 두렵다.

우리가 인공지능과 경쟁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닮아가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일까? 튜링테스트에서 ‘당신은 인공지능입니다’라는 결론이 나오는 교육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사람’이 무엇이고, ‘사람다운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것일까? 사람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은 어떻게 가능할까?

인공지능을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채팅로봇 테이가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욕설로 문제가 되었고, 일본에서 개발한 최초의 인공지능 배우 린나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겨서 충격을 주고 있다. 그것은 인공지능을 통해 바라본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먼저 사람이 사람다워지고, 그 사람을 인공지능이 닮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이 이렇게 속삭일지도 모른다. 먼저 사람이 되라!


한겨레신문(http://www.hani.co.kr)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칼럼을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2016년 10월 31일 온라인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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