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는,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Robotics and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영국 사회에 필요한 여러 방면의 논의와 준비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회ㆍ경제적 변화 양상, 법적ㆍ윤리적 문제, 로봇ㆍ인공지능 사회를 대비한 정부의 역할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노동의 변화에 주목하여 학교 교육과정의 쇄신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영국의 현행 교육과정이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교육 전문가, 로즈 러킨 런던대학 교수는 “학교 교육과정은 문제해결과 창의성이 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반영한 최신 상태이어야 한다”고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반복된 지식을 주입하는 일은 아주 쉽게 자동화될 수 있는 일이다”고 강조하면서 여전히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가르치는 학교 교육과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문제제기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일찍이 인공지능의 선구자로 불리는 앨런 튜링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이세돌과의 ‘인간 VS 인공지능’ 바둑 대결로 관심을 모은 ‘알파고’의 딥마인드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지닌 나라답게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움직임도 다른 나라에 비해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영국 의회 보고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영국 사회 현실과 정부의 역할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할까요? 우리 정부도 지난해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방안을 발표하여 2018년도부터 시행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여 코딩교육과 같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적으로 강화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큰 게 사실입니다. 당장 2018년부터 이러한 교과과정을 의무화해서 적용시킬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부터 의문이 따릅니다.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교사와 교육과정의 준비는 말할 것도 없고, 정규 교과 과목 시행에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짧은 시간에 가능할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중학교 34시간, 초등학교 5~6학년 대상 17시간을 정규과목으로 가르치겠다는 계획이 자칫 그 동안 숱하게 반복했던 정보화 관련 교육과 마찬가지로 유명무실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괜히 여기저기서 수박 겉핥기 식의 ‘보여주기 교육’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벌써부터 강남 일대에서 불고 있는 유치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액의 ‘조기 코딩 사교육’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확산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와 같은 사교육 블랙홀의 나라에서, 코딩교육이 사회적 격차의 심화에 일조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교육과정의 변화에 앞서,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성찰해야 하는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영국 의회 보고서처럼 사회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과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이라는 종합적인 틀 속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규 수업 시간 중 몇 시간을 코딩교육에 할애한다고 해서 우리 학생들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향상되리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부, 교육당국, 국회, 시민사회 등 각 방면에서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우리 교육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리는 고민이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에 관련하여 소요 콘텐츠, <영국 의회 보고서,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비하지 않는 학교교육에 경고”>를 추천해 봅니다. 영국 의회 보고서가 다루고 있는 핵심 주제를 분석해 다뤘습니다. 아울러 9가지 핵심 기술의 동향을 살펴본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담은, <9가지 기술로 살펴보는 미래사회>도 관심 가질 만한 콘텐츠입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하여 나치 전범을 기소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를 재구성했다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은 <홀로코스트와 가상현실(VR)>는 기술의 확장이 가져온 또 다른 의미를 제공합니다. <팍스콘의 로봇과 임금노동사회의 미래>는 로봇의 인간노동의 대체가 가져올 노동구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이번 주 소요의 <오늘의 글> 주제는, ‘인공지능의 진화와 인간의 삶’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과 ‘삶’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는 다양한 소요 콘텐츠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태에도 평안함을 잃지 않으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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