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소요에서는 ‘갤럭시노트7 사태가 남긴 것’이라는 제목의 <디지털 동향과 전망>을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2016. 9. 27자 뉴스레터). 당시 우리는 갤럭시노트7 사태를 조명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방관한 삼성과 언론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이번 사태가 이처럼 되돌아 올 수 없는 파국으로 결말이 지어질 것이라고는 쉽게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갤럭시노트7은 홍채인식 기능을 위시한 초호화 스펙을 자랑하면서 세간의 화려한 찬사를 받고 세상에 등장한 지 겨우 두어 달 만에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검게 그을린 노트7의 사진이 하나 둘 올라오다가 여기저기에서 확산되는 추세가 보이자 삼성은 재빠르게 전면 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리콜 방침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폭발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사태를 봉합하려던 이러한 시도는, 교체된 기기에서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점점 사태가 악화되어 갔고 제품에 대한 신뢰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급기야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항공기 내에서 교체된 기기에서 불이 나 승객이 대피하고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났고,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와 연방항공청(FAA)의 사용중지 권고가 내려지면서 결국 삼성은 판매 중지와 생산 중단이라는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은, 경쟁사를 이기는 데에만 급급하여 제품의 무리한 출시를 강행했고 치명적인 안전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사태를 미봉하기에 급급했던 삼성이라는 글로벌 IT 대기업의 민낯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는 한 마디로 기본을 지키지 않은 삼성의 일등주의와 성과주의가 빚어낸 참사였습니다. 상명하복의 구습을 탈피하지 못한 기업문화가 성공조급증과 결합하여 빚어낸 엄청난 재앙이었습니다.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삼성의 입장만 대변했던 정부 당국의 무능함과 삼성의 막대한 영향 아래에서 무조건적인 ‘삼성 감싸기’에 급급했던 우리나라 언론의 상업주의도 빼놓을 수 없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는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으로 대표되는 한국형 재벌 기업과 이에 예속된 사회ㆍ경제 시스템의 한계라는 측면에서 재조명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할 지점은 이뿐만은 아닙니다. 갤럭시노트7 사태가 다른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와는 달리 안전문제에 있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우리의 몸과 매우 밀착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스마트폰의 안전성 문제는 지금까지의 다른 기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 된 것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에 급속하게 등장하고 있고, 앞으로 스마트폰을 넘어서 우리의 일상에 강력하게 밀착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웨어러블(wearable, 착용) 기기들의 안전성 문제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첨단 웨어러블 기기들이 우리 몸에 여기저기 부착되었을 때, 그 기기의 안전성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의 안전 문제를 비롯한 기술사회가 만들어내는 위험사회의 징후들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소요는 이러한 고민과 성찰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소요 콘텐츠, <갤럭시노트7 사태의 종말을 보면서>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망각한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여론에 밀려 뒷수습하기에 급급했던 삼성과 제 기능을 상실하고 ‘삼성 감싸기’에 급급했던 언론, 그리고 무책임한 정부의 문제까지 함께 고민할 지점들을 짚어 보았습니다.
이외에도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해 영국 교육당국과 학교를 향해 경고한 내용을 담은, <영국의회 보고서,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비하지 않는 학교교육에 경고”>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드론 조종사가 미래의 직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미래의 직업, 드론 조종사>, 인공지능 분야에서 ‘튜링 테스트’로 유명한 앨런 튜링과 그의 제안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튜링 테스트와 인공지능>도 접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기계학습(머신러닝)의 심화인 ‘딥러닝’에 관한 상세한 해설이 돋보이는 <딥러닝이 인간의 삶을 갑작스레 변화시킨 이유는?>은 또 다른 앎의 즐거움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번 주 소요 <오늘의 글>은 ‘드론’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드론은 여기저기서 그 쓰임새와 활용도가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놀라운 편의와 함께 여러 위험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면성은 앞으로 계속해서 우리의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드론의 여러 측면을 들여다 본 <오늘의 글>을 통해 소요의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