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언론에서는 ‘인간 대 로봇의 피아노 연주’ 맞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 이후 관심이 높아진 ‘인간 대 로봇’의 대결 구도 양상에 초점을 맞추어 소식을 알렸다.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와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가 인간 대 로봇의 피아노 연주 맞대결을 벌인다는 것이다. 오는 5월 16~20일에 성남문화재단 주관으로 성남지역 초등학교 6학년 학생 8800명을 대상으로 성남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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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주 대결에 참가하는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프로세다는 자유로운 연주와 다채로운 음색으로 깊은 감정과 내적 성찰을 전달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피아니스트다. 4살 때부터 피아노 연주를 시작해 런던필하모닉, 모스크바국립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과 정기적으로 협연하며 음반작업도 활발히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로봇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는 53개의 손가락으로 1000곡 이상의 피아노 명곡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테오는 주로 어린이와 가족 관객들에게 음악에 대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2012년에는 베를린 심포니커와 데뷔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하면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무엇 때문에 로봇과 연주대결을 펼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또한 그 대상이 주로 어린이와 가족 관객들에게 음악에 대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테오 트로니코’와의 대결이라고 하니 더욱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예술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대결의 목표라면, 왜 굳이 초등학생을 초청해서 이 대결을 펼치는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봇피아니스트 테오트로니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로봇피아니스트 테오트로니코의 영상을 보면, 이 같은 의구심이 금방 풀리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세다와 테오트로니코는 피아노 대결을 통해 인간과 로봇의 경연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방식으로 음악에 대한 이해와 즐거움을 전달하려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국내언론은 어린이들에게 유익하고 흥미로운 피아노 콘서트를 인간 VS 로봇의 대결구도로 포장해서 선정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이 영상의 내용을 보면, 이 연주회의 목적은 클래식 음악의 진정한 의미와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로봇 테오트로니코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주며, 기계가 연주하는 음악과 인간이 연주하는 음악의 차이를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피아니스트 프로세다는 이 연주회를 통해 아이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을 수 있고, 나중에 진짜 음악회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음악을 여가로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 분야라는 것을 아이들이 깨닫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연주회를 함께 기획한 관계자는, 중학생만 되어도 음악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늦은 시기라고 말하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 연주회에서 음악에 대한 이해와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경청에 대한 높은 인식을 지닌 관객을 만드는 것도 아주 중요한 목적이라고 한다. 음악을 통해 경청하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그 누구의 말에도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으로 흥미를 이끌어 클래식 음악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자칫 편의주의로 비칠 수도 있지만, 우리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간 대 로봇’의 대결에만 초점을 맞춘 선정적 이벤트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아이들이 클래식 음악에 좀 더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경청하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기획 의도가 아무쪼록 잘 살려지는 연주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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