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 승리한 이후, 국내 언론들은 구글과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다룬 내용이 주가 되고 있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디지털 시대가 낳은 초거대 기업으로서의 구글에 관한 것입니다. 과세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유럽연합과의 분쟁, 검색엔진과 유튜브 등 서비스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구글과 중국ㆍ이슬람 국가와의 갈등은, 구글에 대한 단위 국가의 통제가 더 이상 불가능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최근 지주회사의 이름을 ‘알파벳’으로 변경한 것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할 것이라는 그들의 속마음을 들어낸 것이라고 해석하면 지나친 기우일까요? 2014년 독일 최대의 미디어그룹 악셀 스프링거의 CEO 마티아스 되프너(Mathias Döpfner)는 구글과의 콘텐츠 저작권 관련 분쟁 도중에 구글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에게 공개서한을 보냅니다. 이 서한은 구글에 대한 유럽의 두려움과 초거대기업 구글의 위험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당시보다 훨씬 더 거대해진 구글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구글’, 혹은 ‘구글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서한 전체를 번역ㆍ공유합니다. 유영은 조합원께서 번역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좌: 마티아스 되프너 악셀 스프링거 CEO, 우: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좌: 마티아스 되프너 악셀 스프링거 CEO, 우: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지>에 실린 ‘성장의 기회(Die Chancen des Wachstums)’라는 글에서,  ‘구글에 대한 두려움(Angst vor Google)’이라는 이 신문의 며칠 전 논설에 대한 당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신은 악셀스프링거 출판사에 대해서 거듭 언급했습니다. 투명성 정신에 입각해서,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해, 우리의 관점에서 강조하기 위해 공개 서한으로 나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당신이 언급했듯이, 우리는 수 년 간 유럽의 출판사와 구글 간의 관계에 대한 길고 빈번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다시피 나는 구글의 기업적 성공에 대해 대단한 경의를 표하는 사람입니다. 1998년 설립 이후 구글은 , 지난 몇 년 동안의 짧은 시간에, 임직원은 전세계적으로 50,000여명, 작년 기준 매출액 600억 달러, 시가총액 3,5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검색엔진이면서, 가장 큰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세계 2위의 검색엔진이기도 한), 가장 큰 웹 브라우저인 크롬,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 그리고 가장 큰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글에서 구글이 디지털 경제성장에 기여한 엄청난 자극에 대해서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 구글은 140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였으며, 이 같은 빼어난 기업적 성과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당신은 구글과 악셀 스프링거 사이의 마케팅 분야 협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독자들 중 일부는 이 부분에 대해 악셀 스프링거가 명백하게 정신분열증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악셀 스프링거는 구글에 대항하는 유럽 반독점 행동의 일원이고, 콘텐츠 도용을 금지하는 독일 저작권법의 시행과 관련하여 구글과 분쟁 중에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구글을 통해 받는 트래픽과, 온라인 광고에서 남아있는 광고 공간을 마케팅하기 위해 구글 알고리즘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충분히 정신분열증 혹은 자유주의적인 행태라고 일컬을 수 있는 상황이지요. 아니면 독일수상이 애호하는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안이 없다.”

우리는 자동화된 마케팅과 광고를 위한 부분적이나마 대체 가능한 기술적 대안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미래의 기술적 투자를 위한 자금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이 수익원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다른 출판사들이 점점 동일한 행동을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또 우리의 광고에 있어서 온라인 도달을 유지 혹은 확장할 수 있는 대체 가능한 검색엔진을 알지 못합니다. 고급 저널 미디어의 상당 수가 주로 구글을 통해 트래픽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영역, 특히 비언론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영역에서 소비자들은 공급자를 찾는 방법을 거의 독점적으로 구글을 통해서 발견합니다. 이것의 의미는,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이들이 구글에 의존적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구글은 독일 검색시장의 91.2%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싫으면, 리스트(역자주: 검색결과)에서 빠져서 어디든 가버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원자력발전의 반대자에게 지금 당장 전기 사용을 중지하라고 조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는 아미시(Amish[1])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이상 현실에서 이를 실행할 수는 없습니다.

[1] 주로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주(州)·오하이오주·인디애나주 등 여러 주에 집단적으로 살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문명을 완강히 거부하고 일상생활에서 중세 유럽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구글의 임직원들은 늘 우리와 다른 출판사들에게 지극히 우호적이지만 우리가 서로 동등한 조건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구글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우리는 구글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우리는 경제적으로 다른 세계에 있습니다. 구글의 연간 수익 140억 달러는 악셀 스프링거의 20배에 달합니다. 구글은 악셀 스프링거 연간 매출보다 많은 이익을 한 분기에 창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비즈니스 관계는 마치 구글이라는 골리앗과 악셀 스프링거라는 다윗의 관계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알고리즘을 바꾸었을 때, 우리 자회사 중 하나는 불과 수일 만에 트래픽의 70%를 잃었습니다. 이 자회사가 구글 의 경쟁자라는 사실은 분명히 우연의 일치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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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구글이 두렵습니다. 나는 이 점을 분명하게 솔직하게 언급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우리 동료들은 공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작은 회사들 중에서 가장 큰 회사로서, 이 논쟁에서 처음으로 발언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책에서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습니다. “우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과 같은 현대 기술 플랫폼들이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강력하게 만드는 것은 성장할 수 있는 능력, 특히 규모 확장에 대한 속도이다. 생물학적인 바이러스 외에 기술 플랫폼만큼 빠르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공격적으로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리고 이런 점이 기술 플랫폼을 만들고 제어하고 활용하는 사람들 역시 강력하게 만든다.”

구글의 힘에 대한 논쟁은 그런 측면에서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전파되는 음모론은 아닙니다. 당신은 창작자, 소유자, 사용자의 새로운 힘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용자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힘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디지털 경제 생태계의 장기적 유지라는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이것은 경제적인 경쟁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경쟁에도 적용됩니다. 우리의 논의는 인간본성에 대한 가치와 이해, 전세계적인 사회 질서 그리고 우리 관점에서 본 유럽의 미래에 대한 것입니다.

상황이 말해주듯이, 당신의 회사는 가정, 자동차, 의료서비스 그리고 자동화 기계 등 전문적 혹은 개인적인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이것은 거대한 기회이자 바로 심각한 위협입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것이 당신이 말한 것처럼, 구글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원한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넷 비평가 에브게니 모조로프(Evgeny Morozov)는 현대 사회가 취해야 할 입장을 명확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과 그것이 나타내는 매력적인 기회에 관한 논쟁이 아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논쟁이다. 안드로이드 기기와 구글 알고리즘은 정부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또는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한다. 당신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인지와,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할지에 대한 결정은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사들은 다른 분야와 산업의 선도에 서서 일찍이 경험을 얻었습니다. 단순히 콘텐츠 도용(검색엔진과 웹사이트가 대가 없이 이용하고자 하는)의 문제인 한, 이와 관련된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사항이 사람들의 개인 정보에 적용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가 누구에게 속한 것이냐의 문제는 미래에 중요한 정책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당신은 글에서 구글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인터넷 그 자체를 비판하고 누구나 어느 곳에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반대가 진실입니다. 구글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온전한 인터넷을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구글을 비판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출판사의 관점에서 인터넷은 위협이라기보다는 지난 수십 년간 최고의 기회였습니다. 현재 우리 회사 수익의 62%는 디지털 사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여기에서 인터넷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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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 구글에 대항하는 다양한 유럽 출판사들의 연합과 인터넷 회사들이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출했던 경쟁과 관련한 불만들이 지극히 중요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구글은 시장지배적인 회사의 주요한 사례입니다. 구글은 70%의 세계시장 점유율로 인터넷의 인프라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검색엔진은 16.4%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바이두인데, 이는 중국이 구글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막는 독재국가이기 때문입니다. 6%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가지는 검색엔진들도 있으나 이것들은 사이비 경쟁자들이며, 시장은 단일 회사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독일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매년 성장하여 현재 약 60%에 이르고 있습니다. 비교를 해봅시다: 독일연방 반독점청에 의해 수십 년 동안 시장 지배자(이 때문에 악셀 스프링거가  프로시에벤 ‘Sat 1’ 과 같은 TV 회사나 지역 신문사들을 인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로 간주되었던 빌트지는 독일 인쇄광고시장에서의 점유율이 9%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구글은 단순한 시장 지배자가 아니라 수퍼 시장 지배자입니다.

구글과 인터넷의 관계는 ‘도이치 포스트’와 우편서비스, 혹은 ‘도이치 텔레콤’과 전화서비스와의 관계와 같습니다. 과거에는 국가 내 독점회사들이 존재했습니다. 지금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하나의 독점체가 있습니다. 이것이 구글의 검색 결과물과 관련된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정한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전자상거래부터 구글플러스 네트워크의 페이지들까지 그들의 생산품들 목록을 경쟁자들보다 더 상위에 올리고 있습니다. 설령 이것들이 때때로 소비자들에게 덜 가치 있거나 구글 알고리즘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여지더라도 말입니다.

이런 검색 결과물들이 자체 광고의 결과라는 것조차 사용자들에게는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구글 서비스는 경쟁자보다 방문자가 적을 때도 페이지에서 더 위쪽에 배치함으로써 결국에는 더 많은 방문자를 받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지배적 위치의 남용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유럽 반독점당국이 이러한 관행과 행태를 금지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위원장은 그 이슈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침묵하게 하는 “합의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에릭, 당신 글에서 당신은 EU 위원회와 도달하려 시도했던 타협안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만약 위원회가 현재안으로 결정한다면, 당신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구글의 광고수익 조달을 위한 추가적인 모델입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양보’가 아니라 ‘추가적인 수익’일 것입니다.

위원회는 인프라 지배적인 검색엔진 구글이, 성공에 필수적인 검색결과의 배열에 있어서 경쟁자들을 지속적으로 차별할 수 있도록 함을 허용하는 것을 심각하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보상으로서 새로운 광고창은 검색 리스트 시작점에 위치할 것이고, 차별 받는 경쟁자들은 그 리스트 상 자리를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공식적으로 EU가 승인한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인데 이를 조금 더 원색적으로 표현한다면, 돈을 지키는 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당신을 죽이길 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나에게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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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에릭,

당신은 이것이 경쟁자에 대한 장기적인 차별과 경쟁의 약화를 초래할 것을 잘 알 것입니다. 또한 구글이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더욱 강력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는 특히 유럽의 디지털 경제를 더욱 약화시킬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당신이 의도한 바가 이것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와 관련하여 당신과 구글을 책망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은 구글의 대표자로서 이 문제에 대해 살펴볼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비판은 유럽 경쟁 위원회(European Competition Commission)를 향하고 있습니다. 알무니아(Almunia) 위원장은 최종적인 공식 법안이, 이미 경화 증상을 보이고 있는 유럽 인터넷 경제에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그것이 과연 현명한 결정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법안은 소비자에 대한 배신으로, 소비자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좋은 무언가가 아닌 단지 구글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뿐이고, 결국 이는 구글이 추구하는 기본 사상에 대한 배신이 될 것입니다.

이는 데이터 보안과 활용에 관련된 거대하고 문제가 있는 이슈들에도 적용됩니다. 스노우든이 NSA 사건을 촉발시키고, 미국의 주요한 온라인 회사와 미국 안보당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드러난 이후로, 적어도 유럽에서는 사회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용자 데이터와 관련하여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더 민감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구글만큼 그들의 사용자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 못합니다. 구글은 지메일을 통해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메일을 읽어볼 수 있으며, 만약 필요하다면 평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스스로 2010년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있으며, 당신의 생각도 거의 알 수 있다.” 이것은 놀라울 정도로 솔직한 표현입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사용자들이 정보가 상업적 목적- 많은 장점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부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는-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결국 보안당국의 손에 쥐어질 수 있다는(이미 어느 정도는 실현되고 있는) 사실에 행복해 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패트릭 터커(Patrick Tucker)의 책, <발가벗겨진 미래: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예측되는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에서 작가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구글의 정신적 스승인 빈트 서프(Vint Cerf)에 의하면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책의 한 장면은 공상과학 소설에서 나오는 한 장면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작가가 서술하고 있듯이 한번 상상해 봅시다. : 당신은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다음과 같은 전화기 메시지를 보게 됩니다. “굿모닝!” 당신은 퇴근하면서 11년 전에 사귀었던 옛 여자친구 바네사를 우연히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당신에게 결혼할 거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놀란 것처럼 “하세요!” 물론 바네사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은 어떻게 전화기가 그 사실을 알았는지 아니면 단순한 농담인지 궁금할 것이고, 그 메시지를 무시할 것입니다. 그런 후 저녁에 당신은 실제로 바네사를 만나게 되고 어렴풋한 기억으로 그녀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게 됩니다. 바네사는 깜짝 놀랍니다: “내가 약혼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어?”, 당신은 ‘내 전화기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줬어”라고 이야기하려다 말고 “페이스북 프로필에 무언가를 올려놓지 않았어”라고 묻겠지요. 그녀는 “아니야, 아직은”이라는 대답과 함께 서둘러 자리를 떠납니다. 당신은 당신 전화기에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고, (그 이야기에) 놀라는 척 했어야 했던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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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5억 개가 넘는 웹 사이트 주소를 검색합니다. 구글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거친 꿈으로 감히 상상했던 것보다 디지털 세계의 활동적인 시민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구글은 <니벨룽의 반지>[2]에서 거인이여기에 내가 있고 내가 지배한다(Here I lie and here I hold)”고 했던 것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총체적인 데이터 위에 앉아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구글의 특별한 책임감을 알기를 바랍니다. 화석 연료가 20세기의 연료라면 21세기의 그것은 단연코 데이터와 사용자 프로필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되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가 과도하게 하나의 집단에 집중될 경우, 경쟁이 디지털 시대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나를 염려하게 한 당신의 말을 인용합니다. 2009년도에 당신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당신에게 다른 사람들이 알기 원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처음부터 하지 않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마크 저커버그는 더 우려스러운 이야기를 했지요. 당신과 내가 청중으로 참여했던 한 컨퍼런스의 연단에서, 누군가 데이터의 저장과 사생활 보호와 관련하여 페이스북의 입장에 대한 질문했을 때 저커버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질문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당신이 숨기고 싶은 게 없다면 두려워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 이후로 나는 이 말을 몇 번이고 되뇌어 생각해봤습니다. 그것이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그 말이 제가 이해한 방식으로 해석되기를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발언의 근저에는 자유주의 사회가 아닌, 전체주의 체제에서 배양되는 인간상과 정신상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발언은 동독 스타시(Stasi)나 여타 독재정권 비밀경찰 총수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자유의 본질은 명백하게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사실, 그럼으로써 비밀성에 대한 자유를 갖는 것입니다: 개인은 누구나 스스로와 관련된 사항들 중 어떤 것들을 공개할지에 대해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개인의 권리가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입니다. 오로지 독재정권만이 자유로운 언론 대신 투명한 시민들을 원할 뿐입니다. 브뤼셀의 관료들은 소비자 권리의 강화를 위해, 어떻게 하면 인터넷 쿠키[3](이를 통해 2006년 4월 16일 오전 10시 10분에 당신이 접속했던 웹사이트를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의 저장과 설정에 대한 제한을 통해 사용자들이 완전한 투명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이러한 규제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그리고 그것이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이 실현된다면 구글이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전문가들은 구글이, 쿠키 세팅 없이 사용자들의 행태와 습성을 기록하는 기술의 발전에서 절대적인 리더가 될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또한 공정한 검색이라는 관점에서 브뤼셀에서 논의되고 있는 반독점 절차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 오고 있습니다. 전체 과정이 구글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구글은 보호될 것입니다. 구글의 유럽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던 지루한 과정에서 어렵게 도출되었던 승인사항들과 제한사항들이 협약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활용하여, 웹사이트가 아닌 앱을 통해 얼마든지 검색이 가능토록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은 구글이 했던 모든 서약들(오늘날 google.de.와 같은 구글의 도메인이 따라야 하는)을 철회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유럽 정치는 굴복할까요, 아니면 각성하게 될까요? 브뤼셀의 여러 기구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힘에 대한 오래된 질문은 결론이 날 것입니다 자주적인 유럽의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을 위한 기회가 있을까요? 그것은 미래의 경쟁력과 생존력에 대한 질문입니다. 자발적인 예속은 결코 구세계의 최후의 단어일 수 없습니다. 반대로 유럽 디지털 경제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열망이야말로 결국 유럽 정책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유럽연합(EU)가 지난 수십 년 간 그토록 놓쳐온 것입니다: 감정적인 넋두리일 뿐이지만

[2] 전설에 의하면 니벨룽은 독일 북부에 살았다는 소수 족속의 이름이다. 이 키 작은 족속은 막대한 황금과 보물을 모아놓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불을 뿜는 용 파프너(fafner)가 황금을 빼앗아 동굴에 숨겼다. 이후 니벨룽 사람들은 유령 같은 존재가 되어 황금을 되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괴물 파프너를 무찌를 수 없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황금 보물 중 가장 귀중한 것은 반지다. 이 반지는 니벨룽이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니벨룽의 반지라고 부른다. 반지를 차지하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권세와 황금을 갖게 되지만, 반지를 꼈던 사람은 저주받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니벨룽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 The Ring of Nibelung] (OPERA 366, 2011. 6. 27., 한울아카데미)

[3]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중앙 서버에 보내지는 정보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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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그 기간 동안의 수십만 IT개발자의 경험은 단순한 경제적 자원만으로 상쇄되지 않을 수 있는 경쟁우위를 구축하였습니다. 구글은 “네스트 랩(Nest Labs)사”[4]를 인수한 이후, 사람들이 그들의 방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세세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구글은 장기적으로 도요타, 폭스바겐 등 자동차 업계와 경쟁하기 위해 무인주행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구글은 우리가 어디로 운전해 가는지뿐만 아니라 우리가 차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빅브라더는 잊으세요, 구글이 더 강력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를 심각하게 우려하게 하는 것은, 구글-최근에 드론 제작사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의 인수를 발표하였다-이때로는 외해에서 항해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계획된 거대한 선단의 배후에 있는 것처럼, 그리고 유동적인 업무 환경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것들을 개발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 우리가 음모이론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구글의 설립자이자 주요 주주인 래리 페이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말입니다.

그는 데이터 보호 법이 없는 세상, 민주적인 책임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2013년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세상에는 불법이기 때문에 (역자 주: 기술적으로)당신이 할 수는 있지만, 하지 못하는 많은 흥미롭고 중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약간은 일상적인 세상에서 떨어져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고, 사회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알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구글이 골치 아픈 반독점기관과 데이터 보호가 없는 법의 진공상태에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일까요? 어떠한 국가나 그들의 법에 의해 방해 받지 않고 부유(浮游)하는 왕국을 항해할 수 있는 일종의 초국가?

지금까지 우려해 온 것은 이런 것입니다: 구글이 압도적으로 절대적인 시장지배력을 계속 확대해 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덜 경쟁적으로 될까? 유럽 디지털 경제가 소수의 미국의 초거대기업과 비교해 더욱 뒤쳐지게 될까? 경제적 또는 정치적 목적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더 투명해지고, 타율적이 되고, 제3의 세력에 의해 조정 당하게 될까?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까?

이런 충격적인 소식들에 대해 당신은 스스로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은 진정으로 단 하나의 회사 만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기만 한, 당연히 악마는 아닌 ‘디지털 초국가’를 계획하고 있을까? 친애하는 에릭! 래리 페이지의 발언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 왜 오해인지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디지털 초거대기업으로 인해 촉발된 문제들이 구글 혼자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은 좋은 선례를, 장기적으로 구글을 위해서도 좋은 그런 선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구글은 투명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는 명확한 양적 기준에 의거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알고리즘 상의 모든 변화를 공개함으로써 가능합니다. IP 주소를 저장하지 않고 각 세션이 끝난 후 쿠키를 자동적으로 삭제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할 때만 소비자 행동을 저장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글의 본부와 개발연구소가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웹 세상에서 결정자인 거미(역자 주: 구글)에 의해 타율성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끌어 가는 것은, 인터넷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여 새로운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오래된 아날로그 공룡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구글의 점증하는 포괄적 지배력 때문에 늘어나는 문제를 안고 있는, 디지털 원주민과 최신ㆍ최근의 정보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물론 무료서비스 문화라는 허구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아름다운 색채를 가진 구글 세상에서 검색부터 기사제공까지 모든 것들은 무료인 것처럼 보입니다. 진실은 우리가 우리의 행위- 예측가능성과 상업적 약탈이라는 방식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자동차 사고가 나서 그것을 이메일로 언급한 사람은 내일 그의 휴대폰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새 차에 대한 제안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독하게 편리하지요. 오늘 고혈압과 관련된 웹 사이트를 접속하여, 조본휘트니스밴드(역자 주: Jawbone사에서 만든 건강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손목밴드)를 통해 자신의 악명 높은 좌식 생활 습관을 자동적으로 노출하게 된 사람은, 다음 날부터 더 높은 의료보험료를 지불하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결코 편리하지 않습니다. 그저 두려울 뿐입니다. 머지 않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행위 통화(역자 주: 사용자의 온라인 행위 정보를 광고나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여 돈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값 비싼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을 깨달을 것입니다: 자기 결정권의 자유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돈이라 일컬어지는 구식의 무언가를 지불하는 것이 더 값싸고 나은 이유입니다.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은행입니다. 하지만 단지 행위 통화(Behavioral currency)만 취급합니다. 아무도 우리에 관한 지식을 구글만큼 강력하게 자본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상적이고도 위험한 것입니다.

친애하는 에릭 슈미트! 당신은 내 충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나는 우려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구글 트래픽의 부당이득자로서, 구글의 자동화된 광고마케팅의 부당 이득자로서, 구글의 데이터와 시장지위의 잠재적인 희생자로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부족한 것이 더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물론 당신은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독점은 결코 오래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성공을 키운 것에 안주한 결과 실패하거나, 경쟁에 의해 약화되어 왔습니다. 두 경우 모두 구글에게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시나리오이지만 말입니다. 한편 그들은 정치적 구상에 제한을 받기도 했습니다. IBM 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최근의 사례입니다..

다른 방식은 승자의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자기 제한을 하는 것입니다. 구글 해체에 대한 정치적인 요구가 나올 때까지, 아니면 더 나쁘게는 사람들이 따르기를 거부할 때까지, 더 기다리는 것이 정말로 현명한 것일까요? 그들이 여전히 그럴 수 있을까요? 우리 대부분은 명백하게 더 이상 그럴 수 없습니다.

당신의 진실한 벗으로부터

마티아스 되프너

[4] 네스트 랩스(Nest Labs)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 알토에 위치한 주거 자동화 전문 회사이다. 와이파이로 연결되는 센서 기반의 자가학습 및 프로그램 입력이 가능한 온도조절기 및 연기 경보기가 주요 제품이다 .2014년 1월, 구글에 의해 32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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