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를 위협하던 인공지능 ‘스카이넷’은 허구였습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중국에서 ‘스카이넷(Tiangwang, 天网)’은 더 이상 상상 속 개념이 아닙니다. 살인 로봇 대신 수억 대의 카메라와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14억 인구의 일상을 상시적으로 관찰하는 거대한 디지털 감시망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프랑스24가 2019년 보도한 영상은 중국이 추진해 온 사회 신용 관련 시스템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고 분류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당시 중국 정부는 2020년을 목표로 전국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이 구상은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복합적인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도심을 중심으로 한 ‘스카이넷’과 농촌을 포괄하는 ‘쉐량(锐眼)’ 프로젝트는 중국 전역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습니다. 국제 조사기관들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약 7억 대에 달합니다.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두 사람당 한 대의 카메라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기술 역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초기의 안면 인식에 더해, 일부 지역에서는 얼굴이 가려진 상황에서도 걸음걸이만으로 개인을 식별하는 ‘보행 인식’ 기술이 시범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성글어 보이지만 빠뜨리는 법이 없다”는 고전적 표현에서 이름을 따온 스카이넷은 이제 통제 사회의 은유가 되었습니다.
이 감시 인프라가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는 흔히 ‘사회 신용 시스템’이라 불리는 행정·사법 체계로 연결됩니다. 실제로는 단일한 전 국민 점수표라기보다, 법원 판결 이행 여부, 행정 규정 준수, 기업 신뢰도 등을 평가하는 여러 제도가 병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시범 지역과 사례에서는 소비 행태나 발언 내용까지 ‘모범 시민’과 ‘문제 인물’을 가르는 기준으로 활용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의 결과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이어집니다.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신(失信)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항공기나 고속철 이용이 제한됩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이동 제한 조치는 누적 기준으로 수천만 건에 이릅니다. 탐사 보도로 권력형 비리를 고발했던 기자 류후의 사례처럼, 제도는 때로 비판자를 침묵시키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을 넘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회 신용 관리가 강화되면서, 규제의 범위는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국가가 설정한 ‘신뢰’와 ‘도덕’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주체를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메커니즘에 가깝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시스템이 범죄 예방과 신뢰 사회 구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편의성과 질서 강화를 이유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부 여론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점수와 평가를 의식한 자기 검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교통 법규를 지키는 수준을 넘어, 공적 비판 자체를 스스로 자제하게 됩니다.
농촌 지역에서 추진되는 ‘쉐량’ 시스템은 주민의 TV와 스마트 기기를 공공 CCTV와 연동해 상호 감시를 강화합니다. 이는 과거의 상호 고발 문화를 디지털 기술로 재현한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의 스카이넷은 한 국가의 특수한 정책 실험이지만, 동시에 보편적 경고이기도 합니다. 감시 기술은 국경을 넘어 수출되고 있으며, 효율과 안전이라는 명분은 어디에서나 유효합니다.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도구가 될지,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드는 장치가 될지는 결국 우리가 어떤 기준을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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