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0억 달러 투자 경쟁이 던지는 근본적 물음-
자본이 지배하는 지능의 시대
올해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에만 2,50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적 도구가 소수의 자본에 의해 독점되어가는 이 장면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지성의 사유화를 보여줍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초지능 달성의 낙관적 시나리오에 대비한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진짜 대비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소유’입니다.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축적한 집단지성과 학습의 패턴을 학습한 AI가, 이제 소수 기업의 자산으로 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커다란 역설입니다.
과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성서를 성직자의 손에서 해방시켰고, 인터넷이 정보를 민주화했다면, AI 시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수백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는 사실상 아무도 넘을 수 없는 지식의 장벽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의 막대한 투자는 AI가 이제 오직 거대 자본만이 만들고 통제할 수 있는 지성임을 선언하는 셈입니다.
생각하는 힘이 사라지는 사회
더 큰 문제는 이런 독점이 우리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글 제미나이의 이용자 6억 5천만 명, 챗GPT의 주간 사용자 8억 명—AI는 이미 인류의 주요 학습 통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AI를 통해 배우고 사고하며, 점점 더 그것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이 사고의 경로가 되는 순간, 우리의 질문과 탐구는 제한됩니다. 어떤 질문이 가능하고, 어떤 답변이 제시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알고리즘입니다. 이때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시장은 ‘AI 버블’을 걱정하지만, 진짜 위험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거품이 꺼지든 유지되든, 결과는 같습니다. 중소기업은 사라지고, 자본이 집중된 소수만 남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OpenAI 투자로 인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배를 위한 포석이기 때문입니다. AI 경쟁은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체력전으로 변했습니다.
지성을 공유하는 상상력
그러나 다른 길도 있습니다. AI는 반드시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오픈소스 운동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들었듯, AI 역시 ‘공유의 지성’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공공 연구기관 간의 협력, 국가 간 공동 인프라 구축, 오픈소스 모델의 확대, 소규모 특화형 AI 생태계 조성 등은 모두 가능한 대안입니다. 핵심은 AI를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자원’으로 바라보는 전환입니다.
인류의 집단 지식을 학습한 AI는 다시 인류 전체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그것은 이상이 아니라 정의의 문제입니다.
2,500억 달러의 투자 경쟁을 바라보며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지능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위해 발전시키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가장 강력한 도구를 얻는 동시에,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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