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번역, SNS 연동, 실시간 촬영… 스마트 글라스는 마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진 듯한 환상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이 투명한 렌즈 너머에는 투명하지 않은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기술의 이름으로 ‘관찰당하는 삶’이 조용히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 글라스들은 점점 더 세련되어지고 있으며, “핸즈프리의 자유”, “실시간 정보의 혁신”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시장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2024년 글로벌 스마트 안경 출하량이 전년 대비 210% 증가했고, 레이밴 메타는 2024년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CES 2025에서는 할리데이의 스마트 글래스, 이븐 리얼리티스의 G1, 로키드의 글래시스 등 다양한 제품들이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제품들이 개인의 자유를 확장하기보다는 오히려 사적인 경계를 침식하는 감시의 창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 전략

레이밴 메타(Ray-Ban Meta) 안경은 기본 설정에서 음성 명령을 수집하며, 사진과 영상을 자동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합니다. 당신이 말한 문장, 당신이 바라본 장면은 더 이상 당신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AI 훈련을 위한 원재료로 사용되며, 그 과정에서 누구의 동의도, 누구의 인식도 요구되지 않습니다. 기술은 조용히 당신의 삶 속에 침투합니다.

구글 글래스로 상시 촬영을 할 경우 생겨나는 일상 속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는 이미 10년 전부터 제기되었습니다. 상대방 개인 정보의 무단 취득과 불법 복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사람과 대면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느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는 기술 발전의 속도 앞에서 빠르게 잊혀졌습니다.

스냅의 스펙타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 동의 없이 무작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더 부각되면서 초기 열기는 빠르게 식어버렸고, 과다 재고로 회사 가치는 4000만 달러나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스냅은 이를 기술적 문제로만 인식하고 꾸준히 스펙타클을 출시해 왔습니다.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사라지고, 오로지 기술적 완성도만이 추구되고 있습니다.

애플이 지난해 초 선보인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 프로’는 공장 생산을 중단했지만, 이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가격 정책의 실패였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는 12개의 카메라가 포함되어 있으며, 홍채 인식의 기초를 형성하는 LED 및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사용자의 생체 정보까지 수집하는 총체적 감시 시스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는 비지니스 시장에서 본격적인 홀로그램 개발 툴로써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BitLocker 데이터 암호화가 활성화되어 다른 Windows 장치들과 같은 레벨의 보안을 제공한다고 광고하지만, 이는 오히려 기업 환경에서의 직원 감시를 용이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에서의 활용 사례입니다. 중국 공안은 이미 스마트 글라스를 도입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온라인이 아닌 핸드 헬드 장비에 데이터가 있는 오프라인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저장장치에는 찾아야 하는 1만 명의 얼굴이 들어있고, 이것과 실제 움직이는 사람들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는 스마트 글라스가 단순한 소비자 기기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감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TCL의 자회사 레이네오가 출시한 ‘레이네오 V3’와 같은 중국 제품들이 약 150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올해 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며, 로키드(Rokid)는 최근 종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가벼운 무게의 글래시스를 발표했습니다. 이들 제품에는 모두 카메라와 AI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감시 기술의 민간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규범의 약화와 일상화된 감시

이러한 흐름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기보다는 규범의 약화에서 비롯됩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프라이버시를 양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는 감시 자본주의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장 비옥한 토양입니다.

더 큰 문제는 책임의 전가입니다. 이러한 기기로 타인을 촬영하거나 기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윤리적 책임은 대부분 사용자 개인에게 부과됩니다. 개인정보 보호 법제는 여전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고, 눈앞에 있는 안경이 당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가 우리를 기록하고 있을지 모르는 세계 속에 살게 됩니다.

사람들은 점점 감시를 의심하지 않고, 기록되는 삶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일상적인 감시’가 ‘정상적인 삶’으로 전환되는 지점—바로 그것이 가장 위험한 변화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스마트 글라스가 팔리고 있으며, 기업들은 당신의 ‘시선’과 ‘목소리’를 수집하려고 합니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스스로 감시받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감시는 더 이상 정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이제 그것은 기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너무 조용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 글라스가 약속하는 미래는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투명한 렌즈 너머에서 우리를 응시하는 시선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지, 아니면 더욱 철저히 관리당하게 하는지—그 답은 우리가 지금 내리는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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