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팔방미인이다. 산업과 교육, 국방 등 그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쓰임새에 날개를 달았다. 정부는 2022년부터 드론이 우편물을 배달하고, 2024에는 탄약과 식량 같은 군의 보급품을 실어 나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드론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드론 암살 기도 사건은 이런 경고를 현실로 만들었다.
베네수엘라 국가방위군 창설 기념식 행사가 벌어지던 카라카스 야외 행사장 상공에서 폭발물이 장착된 드론 2대가 폭발했다. 드론 폭탄은 연설 중이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군인 7명만 다쳤고, 그는 무사했다. 드론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인명 살상과 파괴용 무기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드론은 원래 태생부터 군사용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번 드론 폭탄이 노린 것은 전쟁터의 적군이 아니었다. 극심한 경제난과 좌우 대립으로 정치적 혼란에 빠진 국가의 다중이 모인 장소였다.
공격에 이용된 드론은 중국의 DJI가 2016년에 출시한 M600이라는 제품이다. 항공 촬영용으로 개발된 이 드론은 6kg의 짐을 싣고 30여분간 날 수 있다. 한국에서도 640만원에 판매되었다. 지금은 업그레이드 된 제품이 나왔다. 이런 종류의 비슷한 드론은 이제 인터넷에서 1,000달러 미만이면 살 수 있다. 고등학생 정도면 쉽게 조립과 시스템 조작이 가능하다. 저렴한 비용으로 어렵지 않게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DJI 홈페이지 캡처
드론의 위험성은 규제를 만들었다. 비행 금지 구역을 준수해야 하고, 무게가 12kg이 넘으면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범죄와 테러 목적으로 날리는 드론을 법적 제재만으로 막아내기 어렵다. 취미용에서 첨단의 제품까지 일일이 다 관리할 수도 없다. 드론을 제압하고 통제하는 기술이 절실해졌다. 독수리를 훈련시켜 드론을 잡는 방안이 제시되었고, 공중에서 그물을 던져 드론을 포획하는 드론 잡는 드론도 나왔다. 뉴욕 바드 칼리지(Bard College) 드론 연구센터는 지금까지 235개의 드론 대항 시스템이 개발되었거나 개발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데이브 퍼킨스 미 육군 교육사령부(TRADOC) 사령관은 2017년 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우방이 시중에서 23만 원이면 살 수 있는 드론을 요격하는 데 34억 원짜리 패트리엇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무장 드론의 위협이 커지면서 미국의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은 강력한 레이저를 쏴 공중에서 드론을 무력화 하는 레이저 폭탄을 개발해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여러 개의 레이저를 하나의 강력한 빔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주요 정치 집회 현장이나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지날 때 만약의 드론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주변에 방해 전파를 발사한다. 드론이 작동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영국은 이런 장비를 런던 경찰에 배치했다. 일반 소비자용 드론을 움직이고 조종하기 위해서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GPS를 이용한다. 방해 전파는 이런 무선 신호를 무력화 한다. 하지만 방해 전파는 다른 기기들도 작동 불능에 빠뜨려 심각한 혼란을 초래한다. 드론의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아무 때나 방해 전파를 쏴 무선망을 차단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밀 카메라와 사전 프래그래밍을 통해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드론은 더 큰 문제다. 이런 드론은 무선망 차단을 쓸모 없게 만든다. 드론의 활용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만큼 악용 가능성도 증가한다. 파괴와 인명 살상이 아니더라도 몰카와 사생활 침해 같은 부작용은 상존한다. 집배원 드론이 강원도 영원군 해발 780m 봉래산 꼭대기 별마루 천문대에 5kg의 우편물 배달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드론이기에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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