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과정에서 시간을 절약하고 사람의 편견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기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2017년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미국 기업의 33%가 이미 서류심사와 면접 등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다소 늦게 작년에 SKT가, 올해에는 롯데가 직원 선발에 인공지능을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은 지원자가 제출한 입사 서류를 검토하고 판단한다. 롯데는 서류 심사의 평가항목으로 롯데의 인재상, 업무 적합성, 표절 여부를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지원자의 SNS 등 온라인 활동 내역도 참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불과 수 분만에 이루어지는 서류 전형을 통과한 사람들은 채팅, 혹은 화상회의를 통해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자는 원하는 채용 조건 등 기본적인 것부터 가치관 등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고, 인공지능 면접관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다. 면접관이 해결할 수 없는 문의는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넘기기도 한다.

챗봇 혹은 가상 이미지의 인공지능 면접관과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미국의 인공지능 면접 시스템인 마이어(Mya, My assistant)를 경험한 지원자의 73%가 상대방이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면접과정에서 질문과 답변만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목소리와 표정 변화, 심장박동, 뇌파 등의 생체 신호를 분석하여 지원자의 성격과 답변의 신뢰성을 평가한다. 국내 업체인 마이다스아이티가 개발한 ‘인 에어’ 시스템은 얼굴에 68개의 포인트를 정하고 표정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일종의 거짓말 탐지기 기능을 하는 것이다.

기업이 인사업무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높은 효율성과 사람이 가지고 있는 편견으로 부터 자유스럽다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1만 명의 지원 서류를 검토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8시간이라고 한다. 사람이 그 일을 하는데 는 10명의 직원이 하루 8시간씩 7일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수주에 걸쳐 진행되던 채용 과정을 수일이면 마칠 수 있다. 높은 효율성은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려고 하는 경쟁 상황에서는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면접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 성향이나 편견은 충원 과정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인공지능은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게 사람을 평가하여 다양한 그룹에서 우수한 인력을 선발할 수 있다고 관련 업체들은 주장한다. 화상 면접 시스템 개발업체 하이어뷰(HireVue)는 영국 유니레버사가 인공지능을 도입한 후 인재 다양성이 16%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온라인 채용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왔고, 최근에는 낮은 실업율과 노동시장에서의 인재 확보 경쟁으로 인해 새로이 도입하는 기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20여개 기업이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인공지능 면접관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될 전망이다.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이 사람을 평가하고 선발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낮출 기회를 주지만,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지원자의 온라인 활동 내역이나 생체 정보를 무차별 수집하는 것은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수 있다. 온라인에서의 개인의 과거 흔적과 검증되지 않은 평가는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 유럽 국가들이 ‘잊힐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사적 영역에 속해있는 일과 의도치 않았던 과거의 행위로 현재와 미래에 피해를 영향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표정이나 체온, 심박 수, 그리고 뇌파 등 생체 신호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은 현행법에도 엄격하게 규제할 정도로 프라이버시 보호에는 심각한 문제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아직까지 생체 신호의 변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수사 기관에서 간혹 사용하는 거짓말 탐지기의 증거능력을 법정에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참고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편견으로 부터 자유스러울 것이라는 믿음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는 정반대로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차별과 편견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이터가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기업 혹은 인공지능 개발자가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유도할 가능성도 고려하여야 한다.

하이어뷰사가 시스템과 함께, 구직자에게 인공지능과의 면접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인공지능이 모든 사람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피면접자에게 달라진 것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 그 기준을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인공지능 면접대비 학원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이다.

노동은 생존의 조건이다. 따라서 기업의 채용 정책은 단순히 회사와 노동자와의 관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온 노동과 노동 환경의 변화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침해되고, 사용자와 노동자의 사이에 끼어든 인공지능의 존재는 사용자의 책임을 흐리게 한다.  ‘효율’이라는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인간과 노동, 그리고 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기술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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