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주로 익스플로러(Explorer)나 크롬(Chrome) 같은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한다. 하지만 이렇게 들어가서 만나게 되는 정보가 인터넷의 모든 것은 아니다. 진입의 흔적이 남지 않는, 구글 검색으로도 찾을 수 없는 또 다른 거대한 지하 인터넷 세계가 존재하는데 이곳은 ‘토르(Tor, The Onion Router)’라고 하는 전혀 다른 브라우저를 이용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이 ‘토르’를 활용한 기사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https://www.nytimes3xbfgragh.onion/이 주소다. 하지만 일반 브라우저로는 접속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의 이런 시도는 네트워크 감시망을 피해 누구라도 자사의 기사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뉴욕타임스 관계자는 “전 세계의 모든 사안을 다루고, 전 세계인이 뉴욕타임스를 읽고 있다면서 웹 사이트가 차단되어 있거나 인터넷의 감시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토르’를 이용해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강력한 인터넷 통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만리방화벽(Great Fire Wall)’이라는 인터넷 감시망으로 외부의 인터넷 유입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토르’를 사용하면 인터넷에 들어가고 나올 때 익명성이 보장된다. 여러 곳을 거치거나 우회하기 때문에 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실제로 ‘토르’를 다운받아 설치한 뒤 필요한 정보를 찾으면 여러 국가들을 거쳐 연결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과정을 복잡하게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통상의 인터넷 검색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린다. ‘토르’의 이런 특징은 국가 권력에 의한 인터넷 감시나 통제를 무력화 한다. 정부가 안보를 내세우거나 불법 위해성 소지가 있다며 특정 사이트를 막아 놓아도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다.

‘토르’를 관문으로 한 지하 인터넷은 ‘다크 웹(Dark Web)’이라고 불린다. 으스스한 느낌의 이름 그대로 무기나 마약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아동 포르노물이나 해킹 프로그램이 판매되고, 인신매매 같은 온갖 범죄가 모의되고 실행된다. 2017년 7월 미국은 각 국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세계 최대의 인터넷 비밀 거래 사이트인 ‘알파베이(AlphaBay)’와 ‘한사마켓(Hansa Market)’을 적발해 폐쇄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극우 인종차별 성향의 신나치(neo-Nazi) 사이트인 ‘데일리 스토머(Daily Stormer)’가 그 과격성으로 구글에서 쫓겨나자 새롭게 둥지를 튼 곳도 바로 이 ‘다크 웹’이다.

‘토르’와 ‘다크 웹’은 이처럼 사이버 세계의 범죄 소굴로 여겨져 왔다, 감시와 추적이 어려우니 반인륜적 행태와 불법이 난무해도 찾아서 발본색원 하기 어렵다. ‘다크 웹’은 1990년대 미군 연구소가 정보기관의 통신 보안을 위해 개발했다. 그런데 이것이 무료 오픈 소스로 민간인에게 개방되었고, 그 후 다양한 방법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르’와 ‘다크 웹’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되는 우범지대로 인식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터넷 감시망을 피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구원의 손길이고 해방구 역할을 한다. 국가 권력에 의해 감추어진 만행이 폭로되고,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억압의 실체를 들추어내고, 재갈 물려진 언론의 대안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억압 받는 시민단체나 인권 운동가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밀 무기인 셈이다.

이라크 바그다드 미군부대에서 정보 분석 업무를 담당하던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에드워드 스노든과 함께 미국내 가장 유명한 내부 고발자다. 미군의 민간인 학살 장면을 담은 이라크 전쟁 관련 비디오와 기밀 문서, 국무부 외교 전문 등을 내부 고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에 넘겨주었는데 이때 ‘토르’를 활용했다. 그가 체포된 것은 정보기관의 감시망에 의한 추적 때문이 아니라 동료에게 폭로 사실을 발설했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도 ‘토르’의 역할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 뿐 아니라 페이스북도 2014년부터 웹이나 모바일에서 ‘토르’를 이용해 접속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고, 미국의 비영리 독립 언론매체 ‘프로퍼블카(ProPublica)’도 그렇다. ‘토르’로 페이스북에 들어오는 이들은 국가 권력에 의한 검열이나 탄압, 도청 등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제보자의 익명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토르’를 사용하고 있다. 유명 미디어들이 지하 인터넷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표현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침해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이 음지의 인터넷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크 웹’이 갖고 있는 치외법권 지대 같은 이중성의 간격은 여전한 문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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