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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술에 대한 사랑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농림축산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12월 27일 발간한 자료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주류편’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20세 이상 성인이 소비한 주류량은 소주 62.5병, 맥주 148.7병, 전통주 33병, 양주 2.7병, 와인 2.2병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2년 뉴욕타임즈 보도에 의하면, 한국인이 일주일에 마치는 술을 잔으로 계산하면 13.7잔으로 2위인 러시아의 6.3잔과 비교하면 알콜 도수를 감안하더라도 가히 세계 최고의 음주 국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술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관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받아 들여지고 있고, 음주로 인한 실수에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관대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로 인해 실수를 하거나, 이로 인해 낭패를 본 경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술이 취해서 물건을 잊어버리거나, 집을 찾지 못해 고생을 하거나, 심지어는 길에 쓰러져 자기도 합니다. 음주운전으로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는 이러한 현상의 극단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음주 경험에서 제일 난감한 상황은 그것으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가 잘못되는 것입니다. 술의 힘에 기대어 평소에 하지 못한 말이나 행동을 하여 서로가 불편해지거나 심할 경우에는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그 상황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고,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 전후 정황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참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시대’의 음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요즘 주변에는 취중에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글을 올리거나, 카톡과 문자로 실수를 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소위 ‘음주 SNS’입니다.

이전의 취중 실수는 특정한 장소에서 제한된 사람들 사이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리고 어떤 때는 상대방도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프닝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내가 술이 취해서 누군가에게 보낸 문자가, 혹은 SNS에 올린 글들이 상대방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됩니다.

술에 취해서 남긴 글이지만, 글에서 술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그 글의 상대는 글을 볼 때마다 상처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SNS는 두 사람만의 공간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개된 장소이기 때문에 단순히 두 사람만의 문제로 끝날 수도 없습니다. 당연히 온라인에 남긴 글은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음주 SNS’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연말에 MBC 연기대상에서 4개 부문에서 수상한 배우 박서준이 인스타그램에 음주한 상태로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미 국내외 검색에서 ‘취중 SNS’를 찾으면 많은 글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일종의 재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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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2014년 12월에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취중에 글을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계획에 따르면 안면인식 기능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거나 부적절한 사진을 올리려고 할 때 “당신의 상관이나 엄마가 이 것을 보아도 됩니까?”라고 사전에 확인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 현진건은 1920년대에 그의 소설을 통해 한국사회를 ‘술 권하는 사회’라고 표현하였습니다. 100년 만에 ‘술 권하는 사회’가 ‘술 취한 사회(SNS)’로 전이한 것일까요? 변화한 시대에 적응하는 것은 과거에 익숙했던 관행이 지금은 어떤 의미인지를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술을 권하는 것은 화증도 아니고 하이칼라도 아니요,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적이 정신이 바로 박힌 놈은 피를 토하고 죽을 수밖에 없지, 그렇지 않으면 술밖에 먹을 게 도무지 없지······내가 술을 먹고 싶어 먹는 게 아니야······몸은 괴로워도 마음은 괴롭지 않으니까, 그저 이 사회에서 할 것은 주정꾼 노릇밖에 없어······.”

[네이버 지식백과] 술 권하는 사회 (한국문단사 1908-1970, 2003. 8. 30.,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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