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알파고가 전 우승자인 이세돌 9단을 제치고 세계 바둑대회를 제패하였다. 태어난 지 일년 밖에 되지 않은 인공지능 알파고가 수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바둑을 정복한 것이다. 이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해 나는 영화 속이 아닌 현실세계에서도 인공지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로부터 3년 후 관련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우리 삶의 곳곳에 파고들고 있는데 여전히 내가 아는 인공지능은 알파고 뿐 이었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리 카플란이 쓴 《인간은 필요 없다》 ‘묵직하지만 읽기 쉬운 책’이이다. 보통 인공지능에 대한 뉴스를 보면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설명의 나열로 인해 읽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저자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지식 전달이 아닌, 그것이 가져올 경제적, 도덕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원래 알고 있는 경제적, 윤리적 용어와 알기 쉬운 예시를 이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때문에 인공지능 관련 책을 처음 읽는 나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저자는 기계학습, 신경망, 빅데이터, 인지체계, 유전알고리즘과 같이 듣기만 해도 어려운 단어를 단순히 ‘인조지능’이라 정의한다. 이후 인조지능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이 아닌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 때 스무 살 딸아이에게 포도주를 따라주라고 내가 로봇에게 지시한다면 로봇이 나를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와 같은 인공지능이 실생활에 도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인공지능에 의해 창출되는 막대한 부의 경제적 재분배에 대해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업무처리능력과 속도를 가진 인공지능으로 인해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기업에 막대한 이익이 생겨나 경제는 전례 없는 성장기를 맞이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의 전체적인 생활 수준이 향상되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구글, 아마존, IBM과 같은 극소수의 기업이며,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은 이러한 상위 1%의 기업 및 사람들만이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제리 카플란은 경고한다. 즉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로 인해 장밋빛 인공지능 시대의 풍요로운 삶은 소수만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을 막고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는 경제적 재분배에 대한 논의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사회로 아주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부터 사람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감성 인공지능,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심지어는 그기술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인공지능까지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가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생활에 편리함을 더해주고, 다양한 산업에 혁신을 가져오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것의 능력과 잠재력은 놀라우며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이러한 눈부신 기술의 발전 이면에 감춰진 부분에 더더욱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본다. 나는 인공지능을 새로운 종족의 탄생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새로운 종족은 사회에서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스스로 자동차를 운전할 것이고, 주식시장에서 주식거래도 할 것이다. 한 나라에 이민자의 수가 증가하면 그에 대한 법적, 경제적, 사회적, 도덕적 논의가 자연스레 발생하며 이민자에 대한 대책마련이 진행된다. 새로운 종족의 유입은 이민자보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파괴적이고 그 속도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를 것이고,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종족이 가져올 눈부신 발전에만 넋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져올 사회적 혼란을 인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며 대책마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필요없다!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