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If I can)

에밀리 디킨스 (Emily Elizabeth Dickinson, 1830~1886)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쳐 있는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플랫폼 제국,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을 사용하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건 검색하고 볼 수 있고,  살 수 있고, 연결 될 수 있다.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 어디서든 두 눈을 고정한 채 손가락만 누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대신 개인의 소소한(?) 정보는 그들에게 넘겨야한다.     

유통업계 최상위 포식자 아마존, 심플한 ‘사과’ 디자인 하나로 인간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는 애플, 연결되고 공감을 얻고 싶어 안달하는 인간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페이스북, 주렁주렁 달려드는 광고들을 떨쳐내고 오직 검색만 할 수 있는 구글, 이들 모두는 현재 전세계의 어떤 기업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브랜드가치를 내세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새로운 제국이라 부른다. 제국 앞에서 버틸 인간은 별로 없는듯 하다. 거의 모든 전세계 국가들, 가령 배고픔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로부터 공기가 희박한 티베트 고원까지 플랫폼 제국들은 진군했다. 배가 고프고 산소가 모자란다고 해서 스마트 폰이나 페이스북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닌가보다. 지팡이에 기댄 아프리카 추장도 천년의 불교경전을 낭송하는 티베트 라마승도 디지털 세상에 빠져든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제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필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먼저 선점했기 때문이다. 즉 인간들의 데이터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안목, 그것이 제국이 되는 길임을 그들은 보여주었다.

위의 도표는 무엇인가? 전 세계 돈 많은 플랫폼 제국들이 덤벼드는 종목이다. 건강. 노화방지. 장수. 생명연장에 관한 프로젝트. 유한한 삶을 가진 인간들이 안 쳐다 볼리 없다. 인간의 장수에 관한 관심과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고대 중국의 진시황(秦始皇)도 그랬다. 어려서부터 부모 컴플렉스를 안고 살았던 정()은 훗날  중국천하를 통일하고 권력을 잡은 후, 황제가 되자마자 ‘영생’프로젝트를 지시했다. 사마천(司馬遷, 기원전 145년~?) <사기>(史記)에 묘사된 진시황의 능 내부 묘사를 보면 유추가 된다. 사마천 <사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진시황은 즉위하자마자 여산에 치산 공사를 벌였다. 지하수를 세 번 지날 만큼 땅을 깊이 파고, 녹인 구리를 부어 동판을 깔고 그 위에 안치되었다. 능 안에는 궁전과 누각을 세웠고, 천장에는 하늘의 별과 달의 천문도를 보석으로 장식했으며 아래에는 중국의 산하를 재현하였다. 장인들로 하여금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계장치가 된 쇠뇌를 만들게 하여,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발사되도록 했다. 지하궁은 기계를 이용해 수은이 흐르게 하여 온갖 하천과 강, 바다를 만들고, 인어기름(도롱뇽 기름으로 추정하고 있다)으로 초를 만들어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했다.

진시황릉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 그가 왕으로 즉위한 BC 247년부터였다. 당시 그는 점술가를 시켜 여산의 산자락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고르도록 했다. BC 221년에 중국을 통일한 후 진시황릉 사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50㎢에 달하는 부지와 각종 부장품을 마련하고, 70만 명이 동원되어 37년간 공사하였다. 현존 최대라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동원된 인부는 20만 명이었다. 70만명이 매일 죽을때까지 거대한 무덤 안에서 지하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죽지 않으려는 인간의 노력은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페데리코 안다아시(Federico Andahazi)가 쓴 <해부학자>(문학동네 2011) 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파울루스 3세의 신임 주치의 마테오 레알도 콜롬보는 교황의 허락을 받아 건강 상태가 좋은 다섯 살에서 열 살까지의 여자아이 열 명을 찾아내 교황의 방으로 데려오도록 지시했다. 그중 다섯 아이를 직접 골라 교황 성하의 침상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나서 여자아이들은 해부학자의 방 옆방으로 안내되었다. (중략) 교황 성하는 죽은 여자아이의 피를 섞어 만든 물약의 첫 모금을 마시기 전에, 자기보다 먼저 천국으로 갔을 게 틀림없는 여자아이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고, 그 여자아이의 행복하고 때 이른 죽음에 즐거워 했다.

고대 중국의 진시황과 늙고 병드는 걸 싫어한 중세의 파울루스 교황과 같은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사랑보다 어려운 죽음을 극복하고자, 세계의 부자들이 ‘장수&생명연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암을 정복하고 늙지 않는 영생의 약을 개발하려고 돈을 투자하고 있다. 머지 않아 그들의 노력으로 인간은 오래 오래 살게 될 것 같다. 축복일까? 재앙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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