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아카데미쿱과 협동조합 소요는 아이들이 넘치는 정보 속에서 ‘참과 거짓’,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한 철학교육의 방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교육의 기록입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우리 교육에 새로운 철학교육을 위한 문제 의식과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실험에는 아카데미쿱의 다섯분 젊은 선생님들과 소요의 전문가들이 함께 합니다.”


개요

• 제목 : 누가 친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주제 : 친구, 우정, 우애, 아리스토텔레스, 개념, 정의(Definition)

• 교재 :  <Philosophy for Kids> David A. White, Ph.D.

• 대상: 종로지역 초등학생

• 멘토: 아카데미쿱 조현성


대화

SNS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아이들은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가벼운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는 몇 명의 친구가 있나요?>

강*: 20명 정도, 아는 친구들만 팔로우하고 거의 눈팅만 한다.

상*: 없다.

수*: 페이스북과 인스타가 있는데 요즘은 블로그만 한다.

정*: 블로그 이웃은 꽤 있다.

블로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물었더니 일상을 포스팅한다고 했다. 정*이는 블로거들의 이벤트에 응모하거나 다이어리 용품을 구매에 이용한다고 했다.

 

<만나지 않고도 친구가 될 수 있나요?>

강*: 될 수 없다. 직접 만나지 않으면 친구가 아니다.

정*: 될 수 있다. 만나지 않으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겠지만 친구는 될 수 있다.

수*: 될 수 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로거 이웃들끼리의 정모를 이야기했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가요?>

강*: 필요한 사람만 친구로 사귀는 게 좋다. 많을 필요는 없다.

정*: 많으면 좋다. 더 재밌게 놀 수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필요한 친구는 좋은 친구인가?>

강*: 필요한 친구가 좋은 친구다. 강*이가 말하는 ‘필요한 친구’는 누구인가? 같이 잘 놀 수 있는 친구이다. 아이들은 마음이 잘 맞아서 재밌게 놀 수 있는 친구가 소중하고 그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가 친구인지 늘 구분할 수 있을까?”를 질문했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일이며 행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여겼다. 동의한다.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친구는 무엇일까. 그는 우정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즐기기 위한 우정, 효용성을 위한 우정, 덕이 있는 우정이다. 즐기기 위한 우정은 놀이를 함께 하는 사이에 해당한다. 효용성이 있는 우정은 숙제를 도와주며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이다. 가끔 아이들도 자기가 받는 효용과 주는 호용을 계산한다. 내가 손해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그리고 이 유형의 친구를 주위에서 찾아보면 상호호혜가 아닌 일방적일 때가 많다. 마지막으로 덕이 있는 우정은 친구에게 옳지 못한 요구를 하지 않고 옳은 일에는 친구가 원치 않아도 먼저 나서야 하는데 참 어렵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는 우정과 친구에 대한 내 생각을 표현하고 학습지에 친구의 이름을 적어보았다. 정*이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빼곡하게 써내려갔다. 수*는 정*이가 이름을 적어주길 기다렸다. 상*이는 생각이 잘 안 나는지 한참을 “누가 있지? 누가 있지?”라며 혼잣말했다. 강*이는 친구들의 이름을 적음과 동시에 다른 친구가 생각나서 “아 맞다!”라며 학습지를 채웠다. 상*이와 강*이는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얘는 솔직히 적어야 해.”라면서 함께 아는 친구 이름을 적었다. 반대로 내가 적은 친구들이 과연 나를 친구로 생각할지 물어보았고 나를 친구라고 생각할 것 같은 친구의 이름을 표시했다. 내 예상과 달리 서로 친구라고 느끼는 사이가 명확했다. 대화와 만나는 시간이 많고 비밀을 공유한 친구는 서로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상*이는 공부를 도와주는 친구는 서로친구라고 확신했다.

학습지에 이름을 적은 친구들 대부분이 같은 성(性)이고 서로 친구라고 생각하는 친구의 성(性)은 더 일치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말이 잘 통하는 친구 즉, 다양한 주제로 재밌게 떠들고 공감하길 원했다. 성별이 다르면 그게 잘 안 된다는 편견이 있고 그럴 경우 주위에서 이상하게 본다고 했다. 그래서 시도조차 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친구를 만들 때는 여러 번 오래 만나야 하고, 파자마파티 정도는 해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반이어도 인사만 하는 친구(아는 사람)와 방과 후에 시간을 약속하고 노는 친구(진정한 친구)가 있다고 했다. 밥 한 번 먹자고 말만 하고 끝나는 사람과 시간 약속해서 밥을 먹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다. 어른과 아이의 삶은 차이가 없다. 환경이 다를 뿐 느끼는 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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