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웨스트 벨던 학교 1층 복도의 끝에는 도서관으로 사용되는 두개의 교실이 연결되어 있다. 그 방에는 60명의 아이들이 베개 위에 엎드리거나, 흔들의자 혹은 벤치에 자유롭게 자리하고 있다. 아침 독서 시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이패드로 렉시아 독서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유명 인물에 대한 조사 과제를 하고 있다. 그 수업을 이끄는 교사 중 한명은 소그룹과 함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생을 조사하고, 학생들에게 그 정보를 어디서 찾았는지, 왜 그 자료를 신뢰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한다. 다른 한 교사는 자율 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살피면서 한명씩 대화를 나눈다.

그 수업은 3~4학년 통합수업이다. 4학년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나 한나와 3학년 담당인 켈리 폴락은 그 수업에 참여하는 모든 아이들을 자신의 담당이라고 생각한다. 유연하게 구성된 소그룹은, 아이들이 상황과 필요에 따라 자신의 학년보다 높거나 낮은 수준의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부모들은 두 교사에게 질문을 할 수 있고, 아이들도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한다.

이 새로운 수업은 시카고 차터 스쿨 네트워크에 속한 학교인 웨스터 벨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년통합, 개인화 수업 실험이다. 채터스쿨은 공립과 사립학교의 중간 형태를 띤 학교이다. 주정부로부터 예산과 감독을 받지만 아주 최소한의 감독과 지시만 받고 대부분의 운영이 학교 고유의 경영철학과 교육철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화 학습은 일반적으로 학생들에게 그들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흥미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아이패드나 교육용 프로그램  같은 디지털 기술의 도움이 힘입어 자신에게 맞는 진도로 더 유연하게 콘텐츠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는다.


비전통적인 학년통합 수업은 학생들의 개별적인 학습 요구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웨스트 벨던은 1학년부터 3학년을 한 그룹으로 수업을 하는 실험을 했고, 올해에는 5~6학년 그룹과 7~8학년 그룹을 한 팀으로 묶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하루 수업 중에 4명의 다른 선생님들과 소그룹별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학교 시스템은 교사와 학생들의 요구를 즉시 반영하여  거의 매년 변경된다. 올해 수업 계획을 위해 콜린 콜린즈 교장은 교사들에게 학생들에게 최고의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요청했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설계했다. 학교는 표준화된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성장 데이터를 검토하고, 특정 그룹의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하였다.

벨던의 학년통합 수업은 학생들의 교육만족도와 성취도를 높이고, 교사들에게는 선택권과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 유연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학교 시스템으로 교사의 사기는 매우 높고, 개인화된 학습 모델이 주는 힘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다고 한나와 폴락은 그 장점을 주장했다.


학년통합교실(multi-age classroooms)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실은 교육에서 학년별 수업보다 앞선 개념이다. 그러나 교실에서 개인화 학습의 성장과 기술의 확장은 학교가 팀 학습과 통합수업을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접근법은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고려하면 보다 현실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가정과 직장 등 사회 생활의 대부분을 다양한 연령대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년과 나이의 구분없이 다양한 그룹의 구성원으로서 학습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실제 웨스트 벨던의 실험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학년통합 수업이 학생들의 사회적 감성적 학습과 교실의 일체감 조성에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웨스터 벨던의 보고서는 “학년 통합 수업은 교수와 학습 양 측면에서 개선이 가능하게 했다. 여러 학년의 학생들을 통합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개인의 상황에 맞추어 더 빠르게 혹은 느리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허용한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나선형 커리큘럼과 피어-투 피어 학습과 같은 학습 기회들을 개선시켜준다.”고 밝히고 있다.

학년통합 교육은 여전히 실험적이다. 그 교육의 장점과 단점이 있고, 성공은 교사의 성격과 역량,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전략에 따라 결정이 된다. 입시 중심의 학교 교육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이런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가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웨스터 벨던의 시도는 교육 시스템의 발전은 혁신할 수 있는 자유를 교사들에게 허용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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