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교육 현장이 디지털 기술과 맺는 관계는 단순한 도구의 활용을 넘어, 교육의 본질에 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피어슨Pearson의 2024 스쿨 리포트 2024 School Report는 12,000명 이상의 교사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 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며, 기술이 교육의 풍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교실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교사들의 45%가 기술이 교육을 더 접근 가능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한편, 교사 절반 가량은 학교에 적절한 디지털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긴장은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기기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도와 지원 체계,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적 비전에 관한 문제임을 시사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교사와 학생 간의 디지털 인식 차이다. 교사들의 84%가 디지털 학습 도구에 관한 훈련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반면, 38%의 중·고등학생들은 이미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기술 습득과 활용에 있어 세대 간 불일치를 보여주며, 무엇이 유용한 디지털 리터러시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특히 AI에 관한 학생들의 태도는 주목할 만하다. 74%의 중·고등학생들이 AI와 미래 역할에 대한 학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68%는 생성형 AI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사고방식과 세계관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을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특수교육(SEND: Special Educational Needs and Disabilities) 영역에서 특히 유망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60%의 교사들이 향후 3년 내에 기술이 SEND 학생들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는 사실은, 디지털 기술이 단순한 효율성 증진을 넘어 교육의 근본적 가치인 포용성을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전망 속에서도 디지털 격차라는 심각한 과제가 존재한다. 48%의 교사들이 학교와 가정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기술이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기보다 완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함을 상기시킨다.
교사들의 디지털 자신감(53%)과 훈련 부족(84%) 사이의 괴리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는 많은 교사들이 공식적인 훈련 없이 독자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개발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지속가능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사 지원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피어슨 보고서의 데이터는 학생들이 디지털 세계에 대한 준비뿐 아니라, 삶의 기술과 실제적 역량을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3%의 학생들이 재정 관리, 요리와 같은 실생활 기술을 배우길 원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교육이 기술적 역량과 인간적 역량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함을 상기시킨다.
디지털 기술이 교육에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한 효율성 증진이나 현대화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무엇이 가치 있는 지식인지,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는지,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묻게 한다. 피어슨 보고서가 보여주는 다양한 목소리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단일한 답이 없음을 시사한다.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기술적 인프라와 역량 개발을 넘어, 교육의 목적과 가치에 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모든 학생이 디지털 세계에서 번영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은 기술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형성하는 세계에서 인간으로서 의미 있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피어슨 스쿨 리포트 2024는 영국 교육이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와 학생들의 목소리는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교육의 본질과 목적에 관한 깊은 대화의 일환이어야 함을 상기시킨다. 교육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우리가 기술을 통해 어떤 교육적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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