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프로그래밍 언어 개념을 익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배움을 중도에 포기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벌레처럼 스멀거리며 기어 나오는 버그와 그것을 알려주는 에러 메시지입니다.

작문을 할 때 띄어쓰기나 맞춤법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어쩌다 글을 쓰는 아마추어 뿐만아니라 글 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도 종종 있는 일입니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글쓰기 보다 지켜야 할 것이 더 많고 엄격합니다. 영어 단어와 같은 듯 다른 듯하면서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은 명령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빈 칸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띄어쓰기, 수많은 대괄호, 중괄호, 소괄호의 짝 맞추기, 잠이 덜 깬 독수리 타법의 타이핑 실력…

채 10줄도 되지 않은 코드를 띄엄띄엄 따라 하고 실행을 시켰는데, 기대와 달리 이해하는 것도 힘든 에러 메시지가 줄줄이 출력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난감함을 넘어 분노마저 느껴집니다. 하나를 수정하면 또 다른 에러 메시지가 나옵니다. 심지어는 예제와 완전히 일치하게 옮겨 적었는데도 에러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엄마는 그저 다독이는 말 외에 무슨 답을 해줄 수 있겠습니까? 엄마의 사랑과 인내가 바닥이 나면 어렵게 시작한 프로그래밍 학습은 슬픈 끝을 보게 됩니다.

챗GPT는 엄마보다 선생님보다 낫습니다. 그냥 에러가 난 코드를 복사해서 챗GPT에 붙여 넣기만 해도, 아픈 곳을 정확히 짚어서 고쳐주고 설명해줍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맘 아는 것처럼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같이 학습하는 모임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 4개의 새로운 팀을 구성했습니다. 사전에 선정된 4명의 팀장에게 랜덤하게 순위를 부여해서 팀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려고 합니다. 팀장의 순위를 정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실행을 시켰습니다.

한 곳에 에러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코드를 복사해서 챗GPT에 입력했습니다. 그랬더니 1초만에 문제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왜 에러가 났는 지를 설명해주고 디버깅된 코드를 작성해줍니다.

챗GPT에게 디버깅을 맡기고 설명을 듣는 것은 정말 쉽고 편합니다. 그렇지만, 걱정이 되는 면도 있습니다. 자신이 작성한 코드를 꼼꼼하게 리뷰하고 에러가 났을 때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것은 프로그래밍에서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능력입니다. 에러가 나자마자 AI에게 맡기는 것은 그런 능력을 키울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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