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앤 협동조합과 협동조합 소요가 유치부에서부터 초등 고학년까지에 해당하는 어린이들의 디지털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한 미래교육 프로젝트,  2019년 겨울 방학 프로그램  ‘디지털 난장’!!!

디지털 시대의 교육 공동체를 지향하는 협동조합 소요의 한 구성원으로서, 디지털 리터러시와 코딩교육을 포함한 컴퓨터과학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한 시민으로서,  아이들을 위한 미래교육을 학교가 준비해 주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절망적인 환경에서 우공이산의 가르침을 새기며 한 삽을 같이 푸는 심정으로, 디지털 난장 마지막 시간에 관찰자로 참여하였다.

지난 1월 세번째 수업에도 참관을 하였으나 그 때에는디지털 난장 구성원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라서 서로 얼굴을 익히는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디지털 난장이라는 말은 지난 12회의 수업을 잘 대변하는 표현이다.

‘난장’은 어원에 대해 많은 이견들이 있지만 대체로 ‘공개적이고 자발적이며 민주적인 웅성거림이자 유희를 통한 저항’ 등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스크래치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MIT 미디어랩의 미첼 레스닉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추적한 창의적 학습의 비밀을 4가지 코드로 정의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프로젝트(project) ,열정(passion), 동료(peer), 놀이(play)의 4p이다. 프로젝트(project)는 만들기를 수단으로 하는 학습을 통해 생각하게 만드는 장난감같은 역할을 하는 방식이며, 열정(passion)은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때 더 오래 열심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동료(peer)와 함께 협력과 공유를 통해 쌓아가는 사회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창의성이며, 놀이(play)를 통해 재미있게

실험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난장’이라는 말에는 방금 언급한 4p의 요소가 기본적으로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컴퓨터와 로봇이 틀에 박힌 업무를 대체하여  많은 직업이 소멸하고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이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 시대에,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불확실성과 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오전 초등고학년 학생들은 그동안 컴퓨터와 인터넷, 스크래치를 사용한 코딩까지 다루었고, 마지막 시간에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필요한 소통능력인 공감과 배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스토리부스에서 사연 하나를 가져와서 영어로 들어 보고 내용을 유추해 본 후 한글 자막을 보면서 내용을 확인한 뒤 제주 방언으로 자막을 바꾼 찬조(?) 선생님의 알 듯 말 듯 (외계어같은) 흥미로운 나래이션도 들어보았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새로운 나래이션을 입히는 경험을 해 본다던가 주인공에게 메시지 보내기를 해 본다던가 하는 경험을 통해  공감하는 정도를 더 키워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주인공이 좋아하는 음식만 먹다가 당뇨병에 걸려 계속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심정이 어떨지 질문했을 때 ‘금방 왕이 되었는데 왕위를 빼앗긴 느낌’이라는 묘사는 충분히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담이지만, 학교 영어수업에서 이런 자료를 사용해서 디지털 시대의 공감을 배울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아니면 디지털 난장 수업이 어떤 형태로든 이어진다면 초등 고학년 학생들의 영어학습과도 접점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세상을 좀 살았다고 시크하게 반응하는 초등 고학년들과는 달리, 자기 표현을 왕성하게 쏟아내는 초등 저학년들은 그동안 언플러그드 활동을 병행하며 직접 컴퓨터를 조작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경험했고 그동안의 수업에 대한 마무리로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주의할 점에 대해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디지털 안전과 위험 요소, 윤리적 사용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그동안 아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잘 살아가는 방법을 충분히 익혀왔음을 보여주었다. 비밀번호를 해킹당하는 데 걸릴 시간을 계산해보는 싸이트에  각자가 만든 비밀번호를 입력해보고 누구의 비밀번호가 더 안전한지를 확인해보면서 경쟁적으로 시도해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알로앤의 비밀번호는 무려 200년…그만큼 디지털 공동체교육이 번성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각자 ‘디지털 시민의 약속’을 작성해서 발표하는 모습이 참 대견했다.

제도교육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들인 유치부 친구들도 인터넷 안전을 주제로  엄마와 함께 마지막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언플러그드 활동을 통한 컴퓨터와의 친밀감 높이기, 컴퓨터의  활용 등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어린 친구들은 초등 저학년 학생들과 비슷한 내용의 수업을 아주 잘 소화했다. 조기교육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염려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오히려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의 왕성한 학습능력과 학습환경을 고려해볼 때  디지털 교육이 이 시기에 반드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나이에 따른 차이는 있었지만 아이들 모두가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공기처럼 온 몸으로 느끼는 따뜻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공동체 속에서 함께 하는 교육의 안정되고 편안한 분위기는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가 갖춰진 장소에서, 자유스럽게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디지털 기기와의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고, 놀이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요와 알로앤의 미래 지향적인 디지털 교육 공간”으로서의 “디지털 난장”이  “디지털 기기와의 올바른 관계 정립 , 컴퓨팅 기본 개념 이해, 자기 주도적 학습 습관 및 태도 형성”이라는 목표에 맞게 제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리 시간에 그동안 수고하신 선생님들의 소감을 들어보니, 힘든 고생을 지탱하게 한 엄마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명의 엄마가 아이들을 다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보듬지 않았다면 이렇게 예정된 과정(그러나 처음 가는 낯선 길)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었을 것이다.

빛의 속도로 증가하는 정보와 지식을 교과서와 커리큘럼이라는 전통적 교육으로 다 담아낼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인식과 지식에 대한 구성주의 입장에 따르면,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니라 아이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을 돕는 ‘멘토’, ‘지식 큐레이터’, ’촉진자(facilitator)’가 되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여러 명의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배우면서 가르치고 돌보는 경험의 장’으로서 디지털난장이 빛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선생님으로서 성장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며, 그 느낌을 아이들도 가질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는 엄마 선생님의 소감을 들었을 때 박수쳐 드리고 싶었다.

디지털 난장을 통해 익힌 내용을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가서 디지털 도구를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엄마들의 협조가 가정에서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부모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계획은 프로젝트(project) ,열정(passion), 동료(peer), 놀이(play)의 4p를 녹여낸 야심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함께 연구하는 노력을 통해 디지털 난장이 작은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고 일관성을 가진 좀 더 큰 틀을 가지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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