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SNS의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된 디지털 사회의 폐해 가운데 하나가 거짓 정보와 가짜뉴스의 범람이다.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그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미국 대선의 상처는 가짜뉴스를 세계화 했다. 가짜가 어떻게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사회를 분열시키는지 보여주었다. 집권한 지 1년이 훨씬 넘었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가짜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짜는 이제 집단화 상업화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에서 홍역을 치른 미국 사회가 또 다시 가짜뉴스에 경악했다. 미국 플로리다 고교 총격사건의 생존 학생을 ‘돈을 받고 재난 현장을 찾는 배우’로 묘사한 악의적인 음모 동영상이 유투브의 톱으로 올라와 수십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페이스북에도 이런 음모 동영상이 여러 개 등장했다. 미국 대선이 끝난 뒤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공룡 IT 매체들은 기술을 보강하고 인력을 늘리며 앞다퉈 가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가짜를 막기는커녕 여전히 조장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

이번 파문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매체의 자체 노력과 기술력만으로는 거짓과 가짜, 음모 같은 디지털의 악용을 사전에 제압하고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첨단의 보안 기술도 교묘하게 진화하는 해킹 수법으로 뚫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보안의 방패가 강하다 해도 해킹의 칼을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진짜를 가장한 가짜의 생리를 파악하고 이것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분별력을 높여 주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입식으로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식이 서방 선진국을 중심으로 요즘은 보다 쉽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게임을 통해 누구나 쉽게 따라 배울 수 있게 하고, 자신이 직접 가짜뉴스의 생산자나 유포자가 되어 그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역발상의 교육 방법이 등장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네덜란드의 미디어 그룹 드록(Drog)이 만든 온라인 게임 형식의 ‘나쁜 뉴스(Bad News)’는 일종의 항체를 심어주는 방식으로 가짜뉴스 전염병에 대한 대처 능력을 길러준다.

웹(https://www.getbadnews.com)과 모바일로 제공되는 게임 형식의 ‘나쁜 뉴스’는 이용자가 가짜뉴스의 생산자 역할을 맡아 6개의 카테고리 별로 가짜의 기술과 방법을 익히게 한다. 가짜의 생성 과정을 알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분별력을 키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 트위터를 만들어 북한과의 전쟁 결정 사실을 알리면 팔로워가 늘어나고 점수가 올라간다. 또한 가짜 뉴스 사이트나 가짜 블로그를 만들어 과장된 기사를 유포하고, 거짓 음모론을 전파하는 과정도 직접 해볼 수 있게 한다. 각 단계마다 이런 악의적 행동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페이크 잇 투 메이크 잇(Fake it To Make it)’도 가짜뉴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인터넷(http://www.fakeittomakeitgame.com/)만 연결하면 된다. 뉴스의 본래 가치와 목적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에만 매달리게 된다. 점점 강도는 높아지고 가짜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래야만 ‘좋아요’와 ‘공유’를 많이 확보할 수 있고, 광고 수익을 늘릴 수 있다. 가짜뉴스가 정파성과 더불어 상업성에 깊이 연계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기성 미디어도 자유로울 수 없는 숨겨진 속성을 알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디지털 원주민이 되어 평생을 정보의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나 급작스런 변화를 따라가기 바쁜 어른들이나 가짜의 흐름에 휩쓸리거나 현혹되지 않고 상황을 직시하는 눈을 갖게 만드는 것은 올바른 디지털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세계 각 국이 리터러시 교육의 의무화를 추진하고, 게임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역량을 키우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노력은 그 명성에
비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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