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은 ‘안전한 인터넷의 날(Safer Internet Day)’이었습니다. 비록 우리 나라에서는 크게 뉴스의 주목을 받지 못한 기념일이었지만, 세계 100여개의 국가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여러 행사를 치렀습니다. 이날을 맞아 ‘안전한 인터넷 센터(Safer Internet Center)’ 영국 위원회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영상의 힘(Power of Image)’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들은, 영국 내의 8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들의 삶에 있어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이미지를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는 점을 빼놓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청소년들이 공유하거나 사용하는 인터넷 상의 이미지에 대해 가져왔던 걱정스러운 태도나 훈계조의 가르침을 무색케 하는 모습이 조사결과에 나타난 것입니다.

‘안전한 인터넷의 날’은 매년 2월 전세계적으로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들을 안전하고 긍정적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날이며, 지난 2004년 유럽연합의 ‘안전한 경계(SafeBorders projec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지금은 100여개의 국가에 이를 주관하는 위원회가 꾸려져 있습니다.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해 인터넷을 좀 더 안전하고 나은 곳으로 만들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념일에서, 그간 온라인 이미지(영상과 정지화상을 모두 포함하는)에 대해 가졌던 걱정을 조금은 덜어줄 만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상당합니다. 그동안 가져왔던 관점이나 교육의 방향 등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 들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설문조사의 대상자들은 2000년을 전후해서 태어나기 시작한 세대입니다. ‘밀레니얼 세대’ 혹은 ‘Z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에 둘러 싸여 있었으며, 자라나면서도 이런 기술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용해 왔기에 이들의 부모세대들은 이를 걱정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의하면 앞으로는 이러한 생각을 조금은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영국 세이프 인터넷 센터의 ‘안전한 인터넷의 날’ 행사 소개 화면>

긍정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나쁜 경험도 그만큼 겪어

영국의 8세에서 17세 사이 청소년들의 대부분(84%)은 온라인에서 사진을 공유해 왔으며, 심지어 17%는 설문조사 1시간 전에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온라인 상에서의 사진 공유가 이들에게는 생활의 일부분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80%의 청소년들은 온라인 상의 이미지들로 인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67%는 인터넷 상에 사진을 올린 이유가 긍정적인 이유라고 답했는데, 여기에는 친구를 응원하거나(40%), 재미난 것을 친구들과 함께 보고 싶은 마음에서 올렸거나(31%), 다른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17%) 올렸다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도 있었습니다. 70%의 응답자들이 지난 한해 동안 온라인에서 자신들이 봐서는 안될 이미지나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이 올린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인 댓글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38%에 달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한 이들 가운데 40%는 부정적인 댓글을 걱정해서 때로는 이미지를 온라인에 공유하지 않기도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22%의 청소년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서 이미지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을 겪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교육은 필요해

온라인 상의 동영상이나 이미지가 진실이 아니거나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70%). 그러나 이를 쉽게 확인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겨우 33%에 그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기술적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나 동영상을 많이 이용하면서 나타난 긍정적인 모습의 하나는, 이들이 남의 말만 듣고 믿기 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아야만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하는 비율도 높아서(48%) 청소년기에 흔히 볼 수 있는 또래 집단의 압력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태도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지나 동영상에 대한 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더더욱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정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교육

이들이 온라인 상에 이미지나 동영상을 공유할 때, 직접 만나본 적이 없이 온라인 상으로만 아는 이들에게도 공유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65%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온라인 상에 공유한 이미지가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는 38%였습니다. 또한 절반 이상은 SNS계정을 이용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었으며(56%), 응답자의 31%는 자신의 계정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23%의 청소년들이 SNS에 공유한 이미지나 동영상에 대해 볼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는 법을 모르고 있다고 답했으며, 온라인에 공유하기 전에 개인정보에 관해 생각을 한다고 대답한 경우는 51%에 그쳐 개인정보에 관한 인식과 이를 지키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세이프 인터넷 센터의 자료,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를 보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온라인에서 이미지와 동영상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격려를 받거나 정보를 얻는 일이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를 얻는 경로가 마치 신문에서 라디오를 거쳐 TV로 변해 왔듯이 이들에게는 인터넷이 정보를 나누고 받아들이는 창구로 마치 ‘원래 있었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은 존재했으니 이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온라인 공간의 위험성과 경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 위험성에 대한 이해와 이를 피하는 기술적인 방법은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는 자라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인터넷과 이를 이용하는 행태가 하나의 국가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설문조사는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청소년들에게도 ‘미디어 리터러시’ 및 ‘개인 정보를 지키는 법’ 등에 관한 교육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한국에서 ‘안전한 인터넷의 날’ 위원회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아무런 행사나 보도자료도 없이 평온하게 2월 7일을 보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뜻을 두고 있는 민간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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