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미사 중에 휴대 전화로 사진을 찍는 신자들을 나무랐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7년 11월 8일, 1만 3천여명의 신자들이 참여한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수요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사장은 네 마음을 들어 올리라고 했지,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 전화를 들라고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미사를 집전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휴대 전화를 꺼내 드는 것이 내게는 큰 슬픔”이라고 말하면서 심지어 “일부 사제들과 주교들”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교황은 한탄했다. 작심한 듯 “아주 추한 행위”라고 했다.
교황의 이런 질책은 미사를 예배가 아닌 공연처럼 여기는 풍토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미사는 구경거리가 아니라 주님의 열정과 부활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 데서 짐작할 수 있다. 놀이처럼 번진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진 찍기 경연이 종교의식 현장으로까지 확산되었고, 교황은 영적 지도자가 아닌 슈퍼스타로 변모한 셈이다. 물론 감동스런 예배 모습을 자신만의 사진으로 담아 추억하려는 순수한 열망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황의 이런 발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오늘의 세태를 돌아보게 만든다.
스마트폰의 문제를 언급한 교황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의한 가족이나 사회 내부의 대화 단절이나 소통 부재를 이미 몇 차례 언급했었다. “저녁 식탁에 앉은 아이들이 컴퓨터나 휴대 전화에 몰두해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는 가정의 모습이 아니고, 가정을 등진 것”이라고 했고, “스마트폰이 사람 사이의 직접 소통을 차단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했었다. 물론 교황이 무턱대고 스마트폰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트위터 계좌 팔로워가 1천 4백만명이나 되고, 바티칸을 찾은 순례자들이 셀피(selfie)를 찍을 때 흔쾌히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스마트폰은 인류 역사 이래 가장 뛰어난 발명품이다. 시간과 거리와 공간의 차이를 극복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며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불과 10여년만에 전 세계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들고, 그 활용의 폭과 깊이가 경쟁력인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빠른 성장 속도의 후유증이 지금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통의 새로운 세계는 또 다른 고립과 개별화를 낳았고, 넘치는 정보는 사실과 가짜의 경계를 알 수 없게 만들고, 사진은 보여주기 경쟁의 수단처럼 되었다.
교황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지구촌 전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의 사회적 발언은 늘 관심을 모으고 힘이 실린다. 카톨릭 교회의 수장이라는 상징성에다 종교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각기 신앙의 대상은 달라도 종교는 인간의 존재와 존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촉구하고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디지털의 거대한 물줄기 앞에서 생각하고 돌아보게 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야 하고, 구체적인 실현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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