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면서까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거리에서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스몸비(smombie)라고 부른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데, 앞을 살피지 않고 마치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걷는다고 해서 이런 용어가 생겼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고,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 하와이의 호놀루루시가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벌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시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90일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2017년 10월 25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게임기 같은 전자기기를 쳐다보며 횡단보도나 도로를 걷는 사람들이 모두 단속 대상이다. 911을 호출하는 긴급 연락만 예외가 적용된다. ‘산만한 보행 금지법(Distracted Walking Law)’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법을 위반하면 15달러에서 35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1년 안에 또다시 적발될 경우에는 75달러에서 99달러로 벌금 액수가 커진다.

호놀루루 시장은 어느 다른 주요 도시들보다 보행 중 안전사고 많은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전국안전협회(National Safety Council)는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걷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이 미 전역에서 2000년과 2001년 두 해 동안에만 만 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발생한 보행자 사고의 10% 정도가 주위를 살피지 않고 걸어가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한다.

한국도 아마 이보다 덜하지 않을 것 같다. 현대해상 기후환경연구소가 2016년에 서울 광화문 사거리 부근의 보행자 천 4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이 가운데 33%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26%는 횡단보도에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세이프키즈코리아와 페덱스코리아가 2017년 6월 서울지역 5개 초등학교 학생 7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78.2%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에 정신 팔려 길을 걸으면 시야 폭이 좁아지고, 소리로 듣게 되는 거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사고 원인이 된다. 보행자가 소리로 인지하는 거리가 14미터인데 문자를 하고 있으면 7미터, 음악을 들으면 5미터로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특히 50대 이상 고령자가 스마트폰을 보며 걸을 경우 인지 거리가 80%나 짧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자도 이럴진대 하물며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사고를 부르는 지름길이나 다름없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그간 다양한 방안이 시도되었다. 대표적인 게 사고 위험을 알리는 안전 표지판으로 국내에서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자치단체들이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독일에서는 길바닥에 신호등을 설치했고,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전용도로까지 등장했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경고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벌금까지 물리는 극한 처방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항변이 나올 법하지만 달리 보면 아침에 눈떠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한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 중독 사회에 대한 경종으로 비쳐진다. 한국정보진흥원의 2016년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의 17.6%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연령별로는 유아나 아동이 17.9%, 60대 이상이 11.7%였고, 특히 청소년은 30.6%나 위험에 빠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은 이제 생활의 중심이 되었고, 그 편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무조건 사용을 금지하고, 법으로 제재를 가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때와 장소를 가려 어릴 때부터 올바로 사용하고 균형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배우고 익히게 하는 일이 디지털 시민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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