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에서는, 지난 해 미국 워싱턴 주(州) 의회를 통과했던 ‘디지털시티즌십’ 교육 관련 법안이 올해 7월 23일부터 효력을 발생한다는 소식을 이미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관련글: 미국 워싱턴주, ‘디지털시티즌십’교육 법안 7월부터 효력 발효) 이에 따라 미국 워싱턴주는 주 전체 차원에서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법안에는 디지털 리터러시, 윤리, 에티켓, 안전, 기술 사용의 책임, 건강한 행동 등의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적인 개념이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인터넷 안전, 사이버괴롭힘 예방과 대응, 미디어의 분석 및 평가, 생산과 해석 능력과 같은 교육 영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워싱턴대학교 아이스쿨(Ischool)의 이베트 어반 박사는 온라인 매체, ‘마이 에드먼즈 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워싱턴주의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에서 깊이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안했습니다. 어반 박사는 미국 전역에서 워싱턴주가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단일하고 획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해 비판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를 제시하면서, 특히 기술보다는 사람에 대해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워싱턴주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시티즌십’ 교육과 관련하여 지역 사회의 건강한 디지털 커뮤니티와 정보 생태계를 만드는 데 고려해야 할 5가지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1. 기술에 대한 비판적 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시티즌십 교육 내용에서, 기술의 수용과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은 중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기술의 문제나 위험과 같은 내용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색 엔진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기술 업체의 서비스 조건에 대한 대화 참여, 소셜미디어(SNS)의 데이터 사용 방법, 사용자의 정보 수집에 관한 기술 등에 대해서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영상, 이미지에 포함된 정보나 데이터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터넷 정보를 통해 정보를 추측, 가정,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비판적 사고’ 영역에 관한 교육은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에 관해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서 민주주의 사회와 정치 분야를 이해하는 데 기본입니다.
2. 차이를 해소하는 프로토콜(규약) 설정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에 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규약 및 규칙이 설정되어야 합니다. 기술적 관행을 존중하고 동의하는 것이 포함된 개인 및 집단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의 목표는 모든 시민과 가족에게 공평한 공립학교에서 디지털 문맹 퇴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공평한 정보에 바탕을 둔 사회 계약이나 동의 모델(규약)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과 개인의 관계, 지역 사회 및 조직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규약은 문화적, 기술적 차이를 해소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입니다.
3. 환경과 조건을 고려하는 교육
소외된 공동체뿐만 아니라 가족의 기술에 대한 민감성과 선호도를 염두에 두고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생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이나 가정 환경에 따라 기술에 대한 관점이나 선호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 폭력에 희생당하고 있는 학생을 생각해 볼 때, 디지털시티즌십 교육 요소인 ‘개인 사생활 감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보통의 학생들과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차이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차이에 따라 교육 내용은 달라져야 하며, 디지털시티즌십의 보편적인 교육 내용도 획일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농촌 지역과 도시 지역의 차이와 같는 요소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4. 디지털 공간에서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기술을 찾고 접근하게 됩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서 나타나는 현상처럼 자신의 경험이나 관계를 지우거나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일어납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속해 있는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시대에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은 매우 중요합니다. 디지털 에티켓 교육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으로부터 출발합니다.
5.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한 존중과 적절한 표현
디지털 공간에서는 각기 다른 인종, 연령, 문화, 성별, 계층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이 디지털시티즌십 정책의 근간을 이루어야 합니다. 기술에 대한 접근 과정에서 획일적인 가치나 편협한 관점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교육을 통해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다양성으로 디지털 세상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먼저인 디지털시티즌십 교육
어반 박사는 이 글의 결론에서, 디지털시티즌십 교육 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바로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매우 유용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학습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술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교육되어서는 안 된다 점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오히려 교육의 불균형을 가져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종, 계급, 성정체성, 빈곤층, 가정폭력 등의 여러 문제적 요인이 존재하는 환경을 고려하여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어반 박사의 제안은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의 본격적인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워싱턴주의 상황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이지만, 앞으로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을 준비하고 만들어나가야 할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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