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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의 이른바 ‘섹스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섹스팅(sexting)’은 ‘성(sex)’과 ‘문자메시지 보내기(texting)’의 합성어로, 주로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음란한 사진이나 영상이 포함된 메시지를 주고 받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는 청소년들의 섹스팅 문제에 대한심각성을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콜로라도주(州) 캐넌시티 고등학교 남녀 재학생 최소 100여명이 스마트폰으로 300~400장의 누드 사진을 서로 돌려본 사실이 드러나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전자계산기로 위장된 비밀앱을 통해 자신 혹은 상대방의 나체 사진을 찍어 집단적으로 공유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외설 사진을 입수해 올리는 학생이 더 많은 포인트를 받는 자체 포인트 시스템에 따라 미식축구 부원을 중심으로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누드 사진을 올리고 친구들에게 전파했다. 조사 결과 연루된 학생 중에 남학생만큼 여학생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경찰 당국은 아동의 외설사진이나 영상을 소유ㆍ배포하는 경우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으나, 해당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18세 이하의 미성년자인 탓에 이들에게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난감한 상태라고 외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학부모인 하이디 볼프강은, 3년 전, 중학교에 다니던 딸의 휴대전화에서 누드사진을 발견하고 학교 측에 문제해결을 촉구했으나, “학생의 절반 이상이 섹스팅을 하고 있어서 학교로서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허무한 답변만을 들었다고 한다. 볼프강은 이후 딸을 보호하기 위해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섹스팅 공포(Sexting Panic)’라는 책의 저자인 콜로라도대학의 교수 에이미 하시노프는, “만연한 섹스팅 실태를 해결하려면 아이들에게 그저 외설 사진을 보내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상담가가 학생과 열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미국 청소년들의 심각한 ‘섹스팅’ 열중 현상이 이번에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 해 4월 버지니아주(州) 페어팩스카운티 경찰은 청소년 19명이 연루된 섹스팅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이들은 SNS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음란한 사진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리처먼드에서도 6개 카운티 내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1000여 건의 성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텍사스대학 제프 템플 교수팀이 지난 해 텍사스주(州) 동남부 지역에 사는 고등학생 2~3학년 974명을 조사한 결과, 설문 응답자의 28%가 섹스팅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연구팀은 섹스팅 유경험자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경험을 할 가능성이 7배나 많다는 사실을 밝혔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섹스팅’과 같은 현상이 미국에만 국한되어 일어나는 일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사회 역시 청소년들이 이와 같은 문제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통한, 음란한 사진과 영상이 유포되는 일은 결코 드문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별 생각 없이 저지른 순간의 실수로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받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 2월까지 여학생으로 위장하여 초ㆍ중등 여학생 300여명에게 노출사진이나 영상을 받은 다음 다시 협박하는 방법으로 성폭행까지 자행한 20대 남자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언론에서조차 가십기사 정도로 다루는 데 그치고 이미 잊힌 지 오래다. 이 사건은 우리 청소년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비나 청소년 보호에 전혀 진전된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는 이러한 사건이 있었는지조차도 모르는 교육자나 부모들이 태반인 게 현실이다.

어쩌면 미국처럼 이러한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전면화시켜 대비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보다 성에 대해 덜 개방적이라는 이유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디지털 세상의 성에 관한 위협적인 상황은 우리 사회에도 동일하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어두운 이면으로 숨는 문제일수록 해결하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는 성과 윤리에 관한 이중적 태도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겉으로는 성에 대해 매우 엄격하면서도 실제로는 성을 아무 데서나 사고 팔 수 있는 현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타락한 성문화가 이제는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어 청소년들에게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과 시대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진부한 성교육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과, 디지털 시대의 올바른 윤리의식과 시민성에 관한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섹스팅’과 같은 청소년을 위협하는 현상이 확산되자, 학부모, 지역사회, 교육당국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스마트폰의 폐해, 청소년들의 일탈 문제쯤으로 축소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불행하게도 문제 해결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디지털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섹스팅’과 같은 문제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비와 교육이 필요하다.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행해지는 단기적 처방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 정책 당국이 올바른 ‘디지털시티즌십’ 형성에 관한 논의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순간, 우리 아이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더 미룰 수 있는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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