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랍에미리트(UAE)는 전 세계 교육계에 신호탄을 쏘았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부통령은 다음 학년도부터 UAE의 모든 공립학교에서 인공지능(AI)을 정규 필수과목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상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반까지, 즉 만 4세부터 18세까지 전 학년에 해당된다.

이제 AI는 선택과목이 아닌 기초 교양 과목이자 시민 교육의 일부가 된 것이다. 기술이 아니라, 삶의 문법이 되고 있다.
AI는 교과서다 – UAE의 교육 개혁이 보여주는 방향성

UAE가 도입한 AI 커리큘럼은 단순한 코딩 교육이 아니다.
교육부는 이를 ▲기초 개념, ▲데이터와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활용, ▲윤리적 인식, ▲실제 응용, ▲혁신과 프로젝트 설계, ▲정책 및 커뮤니티 참여의 7개 영역으로 구성했다.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커리큘럼은 세 주기로 나뉜다.

  • 1주기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차이를 탐색하며 디지털 사고력을 키운다.
  •  2주기에서는 알고리즘과 편향을 배우고, 자신만의 AI 시스템을 설계한다.
  • 3주기에서는 실생활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휘 공학(command engineering)을 배우며, 대학과 직업 세계로 연결된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기술 학습이 아닌, AI와 함께 살아갈 사고력과 시민성을 기르는 교육이다.
특히 4세 아동부터 놀이 기반으로 AI 개념을 접하게 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어린이들이 로봇 장난감이나 시각 카드, 인터랙티브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AI 문해력’을 익힐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준비하는 것은 단지 다른 기술이 아니라, 다른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다.”

이는 단지 교육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략이다.
AI 교육의 윤리를 말하다 – 기술에 앞서 사람

눈여겨볼 것은 UAE가 기술 학습과 윤리 교육을 동등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AI는 데이터를 다루고, 알고리즘으로 판단하며, 인간의 결정 권한을 일부 대신하게 된다. 따라서 이 기술을 배우는 것은 동시에 책임과 맥락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AI 교육의 목표를 단지 ‘활용 능력’이 아닌, 기술과 사회, 인간 사이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이라 명확히 했다.

이러한 방향은 세계적인 교육 연구자들이 지적해온 AI 시대의 핵심 교육과제, 즉 기술적 능력과 윤리적 사고의 균형을 정면으로 반영한 것이다.
학생들이 단지 AI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래 교육의 본질이다.

UAE의 이번 정책은 갑작스러운 혁신이 아니다.1920년대 코란 교육에서 시작한 이 나라는 1970년대 지역 표준 교과과정을 도입했고, 1993년 자체 교육과정을 수립했다.
2006년 이후에는 학습자 중심 교육, 민관 협력, 디지털 기술 기반 학습을 적극 도입했다.
이번 AI 커리큘럼은 20년 이상 누적된 개혁의 결과이자, 국가 전략과 교육 정책이 긴밀히 맞물린 실행 사례다. 실제로 UAE는 2018년 기준 공립·사립학교 1,200여 곳에서 108만 명의 학생이 배우는 체제를 갖췄으며, 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UAE의 사례는 묻는다.
AI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보다 먼저, 우리는 ‘왜 가르쳐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가?
기술을 ‘쓰는 법’만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판단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까지 가르칠 것인가?

AI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아이들은 이미 생성형 AI와 함께 자라고 있고, 교사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을 넘어서 인간다움에 대한 통찰이다.
교육은 기술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기술은 빠르다. 교육은 느리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교육을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우리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
UAE는 지금, ‘준비된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AI 시대에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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