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의 등장 이후, AI 기술은 미국의 교육 현장에 급속도로 파고들었다. 학생들은 과제 수행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교사들은 수업 준비와 평가에 AI 도구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심각한 우려도 낳았다. 표절 문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 저하,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10월, AI 기술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활용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는 교육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친 AI 규제와 활용에 대한 포괄적인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시급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 교육부는 최근 74페이지에 달하는 AI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첫째, 개인정보와 보안, 시민권 보호를 위한 위험 관리 방안이다. 둘째, 학생 필요에 맞는 AI 도구 통합 전략을 제시했다. 셋째, 교수·학습 강화를 위한 AI 활용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의 특징은 교육의 본질을 지키며 혁신을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학생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 보안, 시민권 보장은 AI 도입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이는 기술 혁신이 교육의 근본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현황을 들여다보면 우리 교육계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적지 않다. 전체 학군 중 단 5%만이 생성형 AI 관련 구체적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교육기관이 AI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대다수 학교장들이 AI보다 교직원 확보나 학생 출석률 같은 기본적인 교육 문제를 더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시사적이다.
아이오와 주의 한 학군이 채택한 “천천히 가되 확실히 가는”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필연적이라 해도, 그 과정은 신중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교육이라는 큰 배가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다. 너무 급격한 변화는 배를 전복시킬 수 있다.
소프트웨어정보산업협회의 사라 클뢰크Sara Kloek 부회장이 지적했듯이, AI 영향평가와 테스트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교육계 전반의 참여와 합의가 필요한 과제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계는 이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균형’이다. 혁신을 추구하되 기본을 잃지 않고, 변화를 수용하되 가치를 지키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교사, 학부모, 교육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AI는 결국 도구일 뿐이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교육의 본질을 지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AI를 교육 혁신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안전과 성장이라는 교육의 근본 가치를 잊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