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은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문해의 날’이었다. 지식의 시대를 살아가는데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문해력을 갖추게 함으로써 개인과 인류의 고른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이 날 제정의 목적이다.

1964년에 시작된 ‘국제 문해의 날’은 반세기만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 ‘디지털 세상의 문해’가 그것이다. 디지털 중심의 세상에서는 글을 읽고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사회공동체의 번영에 공헌할 수 있는 가치와 윤리를 갖추는 것을 미래 교육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교육에 대한 유네스코의 이 특별한 선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놀랍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었던 관련 기사는 단 20여건, 그것도 대부분이 ‘국제 문해의 날’에 있었던 시상에 관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는 정부도,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육관계자도, 사회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도, 사회단체도 그 의미를 외면하였다.

지난 수십년 동안에 우리 사회에서 ‘문맹’은 잊힌 단어였다. 우리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희생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지식을 익힐 수 있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문맹률이 경제 성장과 오늘의 물질적 풍요로 이어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잊힌 ‘문맹’은 당연한 결과이고 자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디지털 문맹’도 그럴까? 2015년 OECD의 조사 결과 한국은 ICT를 활용한 교육에서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미국과 유럽의 초중등생의 절반이 디지털 기기로 디지털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 때, IT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교육은 ‘금지’와 ‘중독’만 외치고 있다. 모두가 ‘디지털 문맹’이기 때문에 그 사실 조차 모르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부모들의 무지와 무책임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지금, 한국 사회와 교육은 그 자체가 거대한 ‘세월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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