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의사결정을 할까?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수십, 혹은 수백 번쯤 될 것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많다. 중국 화웨이의 조사 결과는 이런 상식에 충격을 준다. 사람들은 하루에 무려 3만5천 번의 판단을 한다고 한다. 그중 대부분은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1%에 그친다고 한다.
화웨이는 최근 자사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인공지능 칩을 탑재하였다. 스마트폰이 인공지능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미 하루 24시간을 우리 곁에 있는 스마트폰이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고, 우리의 99% 무의식적 판단에 개입하는 또 하나의 자아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공지능 스마트폰은 하루 종일 우리의 모든 행동을 추적하여, 문제를 배우고 계획하고 해결할 것이다. 센서, 카메라와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런 일들을 마치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듯 자동으로 수행할 것이다. 야식을 즐기는 나를 위해 치맥을 주문해줄 수도 있고, 한가한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기도 할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 아닌가.
그런데, 디지털 ‘나’는 현실의 ‘나’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을까? 갑자기 한 번도 야식으로 먹어보지 않았던 홍어를 먹고 싶은데 인공지능이 치맥을 주문했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노래에 관심을 가지고 싶은데 재즈를 좋아하던 ‘나’의 취향과 다르다고 거절한다면? 디지털 ‘나’와 현실의 ‘나’가 충돌을 일으킬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가트너는 2022년까지 출하되는 스마트폰의 80%는 인공지능 기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든 사람들이 99%의 무의식을 대신 해주는 또 하나의 ‘나’와 함께 사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을 디지털 ‘나’에게 믿고 맡겨도 될까? 그 질문은 다시 우리에게 던져진다.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알고 있고, 매 순간 판단에 얼마나 우리의 의지를 담고 있을까? 인공지능 ‘나’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상적인 ‘각성’과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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