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약 100포기. 남편이 배추 모종을 사다 심고 무 씨앗을 심었는데 그것들이 어찌나 실하게 자라는지 볼 때마다 흐뭇했다. 특히 이번 여름엔 비가 많이 오고 태풍이 불어 배추 농사가 잘 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꽤 잘된 편이었다.
남편이 배추를 뽑고, 아들과 친구들이 와서 배추를 잘라줬다. 포기가 많다 보니 그것도 일이 꽤 많았다.
양념하는 날, 언니와 시누이가 와서 돕고 버무리는 날 시누이와 이웃이 와서 도왔다.
뽑고 버무리기까지 이번에는 총 4일.
아이고 허리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들이 말했다.
사 먹는 김치도 맛있어요. 꼭 엄마가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동안 반찬을 사먹은 적이 거의 없다. 젊은 시절에도 직장생활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시골에 살아서 텃밭에 배추를 길러 김장까지 하는 즐거움은 어디에서 누릴 수 있단 말인가. 힘든 게 문제지.
김장한 날, 밥을 먹으면서 아들이 말했다.
“정말 맛있네요. 정말 맛이 좋아요.”
저도 거들었으니 더 맛있을 수밖에. 급기야 여자친구에게 갖다 준다며 좀 싸달라고 했다.
100포기.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추가 달고 고소해 절임배추를 만들어 동생네도 주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절여놓고 보니 속이 꽉 차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지난해에는 여기저기 주고 나니 우리 것이 조금밖에 되지 않아 김치찌개를 거의 해먹지 못했다. 이번에는 우리 걸 챙겨놓아야지 했다.
그런데 부모님을 비롯해 여기저기 신세진 사람들에게 보내고 나니 그렇게 많았던 김치가 얼마 남지 않았다.
김장을 하는 내내 즐거웠다. 배추를 다듬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을 보며 환호하고, 다시물을 끓이다 큰 나무 한번 올려다보고 좋아하고, 김치속을 만들면서 차디찬 밤공기를 마시면서 좋아하고.
“다른 걸 준다면 마다하겠는데, 이 보약 같은 맛있는 김치라니 거절하지 않는다.”
어제 왔던 시인 황인숙과 조은의 말이었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었다. 그러니 몸은 힘들고, 마음까지 분주해도 좋다.
[생각을 담는 집] 김장
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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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