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모음이라니!
트위터를 하지 않는 나로서는 트위터의 맛을 모른다.
그래도 황현산 선생님의 글이지 않은가 싶어 두꺼운 책을 펼쳤다.
아, 선생님.
트윗의 말이 이런 맛이구나, 싶었다.
두꺼운 책이 재밌게, 때때로 아, 그러다 음, 하고 읽는다.
정신없이 읽다 가만 생각하니 이 책은 한꺼번에 읽어도 되지만 굳이 그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곁에 두고 가만가만 한번씩 펼쳐보고 웃다 생각하다 하면 된다.
잠언집은 아니지만, 선생의 슬쩍 지나가는 생각들이 때때로 오자가 난 것도 그대로 읽고, 오자를 냈다고 고백하는 것도 그대로 읽으면서 생각에 잠기게 한다.
표지도 좋다.
읽다 몇 구절.
젊은 시인들이 시는 어지럽고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하면, 요즘 멋진 말처럼 들린다. ‘잘살아보세나’ ‘정의사회구현’ 같은 말보다 더 소통이 잘된 말들이 어디 있던가. 시쓰기는 소통하기 어려운 것을 소통하려는 노력이다. 나중에라도 소통되도록 길을 여는 일. 17p
막장드라마에도 시는 있다. 그러나 시는 말을 생산하지만 ‘막드’는 단지 소비한다. 시에는 말을 생산하는 시와 소비하는 시가 있다. 소통 운운하는 것은 대개 말을 소비하는 시인들이다. 17p
글 한 꼭지를 끝냈다. 제목을 뭐라고 붙이나. 자고 나면 생각이 나겠지. 밤이 선생이다. 19p
비행기에서, 백화점에서, 횡포를 부리는 고객들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의 부자들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부자다, 나는 발광할 권리가 있다, 고로 나는 행복하다, 이런 확인을 날마다 해야 하다니. 행복이 좀 가만히 내려앉게 두질 못하고. 71p
프랑스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의 한국어는 엄밀히 말하면 한국어가 아니다. 소렐이나 뫼르소가 미쳤다고 한국어로 말하겠느가. 이때 한국어는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넘어서는 보편의 언어다. 번역에서 모든 것을 한국화하려 해서는 안 되는 이유. 157p
시에서건 다른 장르에서건 낯선 것이 나타나면 그게 무엇인지 이해하려 하기전에 ‘그건 시가 아니다’ 식으로 말하는 풍토는 자기 생각과 다른 것을 말살하려 드는 한국의 정치풍토와 비슷하다. 자기에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없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166p
도시 우등생은 자기가 배운 것을 반만 믿는다. 말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시골 우등생은 곧이곧대로 믿는다. 그러다가 ‘빡치는’ 수가 있다. 온갖 생난리를 치게 마련. 랭보, 로트레아몽이 그런 아이였다. 문학에선 이걸 두고 촌놈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193p
지나가다보니 ‘큰엄마 밥상’이 있다. 고모 밥상, 이모 밥상, 외할머니 밥상, 며느리 밥상, 식당 이름을 위해 친척 여자들, 가족 여자들이 다 불려나오는데 ‘시엄마 밥상’만 없는 것 같다. 227 p
‘내가 성질이 못돼먹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떤 성질 급한 외과 의사를 생각한다. 그가 수술을 할 때도 성질을 부리면서 하겠는가. 만만할 때만 성질이 못돼먹은 것이지. 417p
어려서부터 자기에게 시의 재능이 있다고 믿어온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그 재능이 아까워 늦게까지 시를 붙잡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 결과가 그 재능을 증명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시를 읽는 것도 훌륭한 재능이라고 말한다. 485p
내 책을 내다버리길 잘했다는 사람이 제법 많다. 내다 버리려면 먼저 샀어야 할 텐데. 583p
[출처] 황현산의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작성자 생각을담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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