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연으로 전안나 씨가 이곳까지 와서 강연을 하겠다고 했을 때,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일찌감치 접수를 받기 시작했는데 역시 몇 명 접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 없음 그냥 우리끼리 놀지, 뭐.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안내를 하고. 20여 명이 접수를 하고 오셨습니다.
12월 22일 토요일 6시. 가까운 이웃도 있었지만 분당, 서울, 수원에서들 오셨지요. 전안나 씨의 강연은 한 마디 한 마디, 책을 좀 읽는다고 생각했던 저에게도 깊은 자극을 줬습니다. 머리로 읽고, 가슴으로 읽고, 발로 읽어라. 발로 읽으라니! 즉 행동으로 옮기라는 얘기지요. 1시간 50분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게 훅 지났습니다. 말도 어찌나 잘하는지:)
전안나 씨는 가족과 함께 왔습니다. 다같이 저녁을 먹고, 책을 읽고, 하룻밤 북스테이를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1층 서점과 카페로 내려온 전안나 씨와 아이들은 책읽기를 했습니다. 아침식사를 한 후 한택식물원을 들렀다 백암순대를 먹고 간다고 떠났지요.
책을 읽으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전안나 씨가 책을 읽을 때 주변에서 했던 말이랍니다. 저도 이런 말을 들을 적이 있습니다. 한때는 글을 쓰지 않고 읽기만 하는 절 보고 한 선생은 말씀하셨지요. 그만 읽고 쓰라고.
책 속으로 파고든 이유는 뭘까 생각합니다. 외로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속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지요. 그들의 세계를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비루한 현실의 피난처이기도 했고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삼중당 문고를 읽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서고, 막차를 탈 수밖에 없었던 한 시절. 밤차를 타고 책을 읽다 까무룩 조는 바람에 종점까지 가서 집까지 되돌아와야 했지요. 그 시절에도 삼중당 문고는 늘 가방 안에 있었습니다. 책값도 쌌고, 무엇보다 무거운 책가방 안에 들어가기 좋았지요. 젊어서 아름다웠던 시절이지만, 그 시절로 다시 가라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내가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닌, 책 속에서 만난 새로운 세상을 살고 싶었습니다. 거대한 벽 앞에서 벽 너머 세상을 꿈꿀 때, 그것은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잡지를 읽고, 신문을 읽고, 글쓰기를 한 덕분에 지금까지 밥이 나왔습니다. 전안나 씨는 책을 읽고 사회복지사란 직업 외에 작가, 강사가 되어 밥이 나옵니다. 밥벌이가 고단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밥벌이가 덜 고단합니다.
책이 뭘까요. 책 한 권이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서점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책을 조금 맘껏 산다는 것입니다. 주문한 책이 박스로 오면 배가 부르지요. 미처 보지 못한 책이 팔려나가면 그 책을 읽으려고 다시 주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읽을 책은 많고, 이런저런 일거리는 많아 미처 보지 못하는 책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시간 들이 없다면 아무리 서점과 카페에 손님이 많이 와도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손님이 있으면 있어서 감사하고, 없으면 없어서 감사한 이유지요.
겨울 햇살이 따스한 날입니다.
[출처] 책을 읽으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작성자 생각을담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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