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디지털에 빠져서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 책은 오랫동안 인간의 지식과 지혜의 결정체였고, 독서는 지적 훈련의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책을 대신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디지털을 인쇄된 책의 방해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진화된 책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지난 4월 13일, 구글은 ‘테드 2018’ 콘퍼런스에서 사람의 질문을 이해하고, 그 답이 되는 책의 문장을 찾아주는 인공지능 기반의 ‘톡 투 북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질문 속에 있는 검색어가 ‘포함’된 문장을 보여주던 지금까지의 책 검색 결과와는 달리, 질문의 의미를 파악하고 10만여 권의 책에서 그 맥락이 통하는 부분을 찾아주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자유언론의 주요 역할은 시민들의 더 나은 삶과 사회 발전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독립된 소리라는 자유 언론의 정신이 이익과 광고에 점점 더 종속되어 약화되고 있다”고 책 속에 있는 내용으로 대답한다.

인공지능 덕분에 책이 말귀를 알아듣게 된 것이다. ‘책과 대화’하라는 ‘톡 투 북스’ 서비스는 디지털 시대의 달라진 독자와 책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책의 내용이 독자에게 전해지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별 책의 저자가 아니라 수많은 책 쓴 이의 집단적 지성과 대화로 진화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구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근대 이후 출판된 책은 1억3천만 종에 달한다고 한다. 구글 책 서비스에는 2천5백만 종의 책이 디지털화 되어 있다. 전통적 방식의 독서로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책은 몇 권이나 될까? 정보가 폭증하는 현실에도 ‘평생 (겨우)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옛 말조차 부담스러운 우리에게 디지털은 기회이다.

종이에 인쇄된 것만이 책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점토와 파피루스, 그리고 종이에 고정되었던 지적 유산이 디지털로 새 생명을 얻고 있다. 책이 담고 있는 가치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형식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면 기꺼이 수용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담긴 ‘인류의 집단 지성’과 살아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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