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교육자도 전문상담사도 아니어서 그런 시간이 부담스럽지만, 조합원 자녀들이라 들어주는 것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3년이 지나고, 요즘 문득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스로 꿈이 없어서 미안해하고, 잘하는 것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입니다. 문득 그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과 아픔을 느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도 아이들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희망과 취미, 그리고 특기를 묻곤 했습니다. 그것이 관심의 표현이고, 아이들과 대화를 시작하기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이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하고 마음을 닫게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듣고 싶은 그들의 꿈은 무엇일까요? 대통령, 노벨상 수상자, 위대한 철학가, 억만장자, 예술가? 아이들은 그런 꿈을 부모에게 이야기했을 때, ‘지금 나의 모습’과 비교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꿈이 그들의 현실과 너무 먼 곳에 있다고 알 정도로 충분히 똑똑합니다. 모든 것을 줄 세우고 순위 매기는 일상 속에서 공부 외에 무엇인가를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의 위험성도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묻는 꿈은 아이들의 열린 미래를 향한 즐거운 상상이 아닙니다. 부모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의 다른 모습입니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의 세례를 받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꿈은 열린 가능성이 아니라 가장 치열한 현실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입에서 ‘꿈’이 나오면 긴장하고 방어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봅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잘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꿈을 물어보거나 강요한 적이 있나요? 지금 우리는 어떤 꿈을 지니고 살고 있습니까?
아이들이 꿈을 강요받는 순간에 그것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악몽입니다. 꿈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스스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꿈을 그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엉뚱한 이야기를 해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꿈을 궁금해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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