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직접 차량을 운전하기 힘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운전을 맡긴다. 대리운전이라는 것이다. 운전을 아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것은 노동이고 위험이 따르는 것이라 돈을 주고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스스로 재미를 위해 하는 게임을 남에게 맡기는 일도 있을까? 그것도 돈을 주면서? 그런 면에서 게임대리는 분명 이해하기 힘들고 독특한 문화이다.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실력과 시간은 많은 차이가 난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에게는 게임이 즐거운 것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풀어야 할 힘든 과제일 수도 있다. 필요는 시장을 만든다. 유저들의 실력과 시간 여유의 차이가 게임 ‘대리’라는 이상한 문화를 만든 것이다. 특히, RPG 게임에서 대리가 있다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

게임의 유저와 유저가 직접 경쟁을 하는 AOS 게임에서는 상대방에게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정당하지는 않지만 대리를 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게임 환경과의 싸움 성격이 강한 RPG 게임은 유저가 충분한 시간과 노력만 투자한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즐길 수 있는데도 대리가 존재한다. 어떤 이유일까?

요즘 많은 RPG게임의 추세는 높은 난이도와 팀의 협동심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MMORPG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레이드는 이제 청소년용 RPG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레이드는 다수의 인원이 하나의 네임드(과제)를 공략하는 것으로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시간과 노력의 투자는 아이템 획득으로 보상받는다. 최근 레이드의 난이도는 계속해서 올라가는 추세이다. 이것은 결국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유저들은 최상위 콘텐츠의 아이템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RPG유저의 연령층은 매우 다양하다. 20대 초반인 대학생부터 40~50대의 직장인이 같이 즐기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고 경제적으로 여유는 부족하다. 중장년층은 그 반대의 경우이다. 양자의 서로 다른 조건의 차이가 맞닿는 지점에서 소위 ‘대리’라는 것이 존재한다. 대리 역할을 하는 청년은 특정 중장년층 유저의 계정을 사용하여서 게임을 한다. 돈을 받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계정 사용을 맡긴 유저는 대리유저가 게임을 한 성과물, 아이템을 챙긴다. 게임회사는 누가 즐기던 관계가 없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랜 시간을 사용한다면 이득이 있다.

이러한 대리는 모든 게임 유저들에게 도움만 되는 것일까? 청년들이라고 모든 사람이 시간의 여유가 있지 않다. 학교 공부와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애초에 공정한 경쟁은 존재할 수 없다. 소수의 꾼들에 의해 레이드가 빨리 종결되고, 그 보상으로 주어지는 최상위 아이템이 빠르게 양산되어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의 하나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리를 사용할수록 아이템의 효과와 가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대리의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여 게임 생태계를 황폐화 시킨다.

게임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게임이 원래 가치인 ‘재미’보다는 ‘경쟁’과 ‘경제적 보상’을 더 강조하게 된 것이 게임대리가 나타나게 된 배경이다. 게임대리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지만, 목적보다는 수단만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건전한 게임 문화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행위 자체가 도덕적으로 옳은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일반 게임 유저의 마음은 편치 않다. 우리는 왜 게임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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