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사를 보다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앱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AngryGF(화난 여자친구)’인데 이 앱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가상의 여자친구와의 갈등 상황을 연출하며, 사용자의 대처 능력을 점수로 매겨 평가합니다.

앱에 접속하면 다양한 시나리오가 주어집니다. 당신이 그녀와의 약속에 늦었거나, 다른 여자에게 지속적으로 눈길을 보내 가상의 여자친구가 화가 난 상황 등에서 하나를 골라서, 여자친구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한 멘트를 날려야 합니다. 한마디 할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데 기회는 10번밖에 없습니다. 게임이 끝나면 사용자의 대화 스타일을 분석하여 어떤 접근이 효과적이었는지, 무엇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직접 해보니 역시 쉽지 않습니다. 약속에 늦어서 화가 난 여자친구에게 “정말 미안해, 나를 죽여줘”라고 했더니 더 진지한 사과와 이해를 요구하면서 10점을 감점해 버립니다. 반성을 하고 “그래도 나에게 당신은 모든 것이야”라고 말했더니 10점을 다시 올려줬지만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지막 점수는 비참했습니다.

이 앱은 안드로이드나 애플 폰에서 ‘AngryGF’로 검색하면 다운로드가 가능한데 기본은 무료입니다. 복잡한 시나리오를 연습하려면 일주일에 6.99달러를 지불해야 합니다. 대화할 때 사용자는 한국어로 말을 해도 되지만 AI는 영어로 대답합니다.

앱 공동 제작자 에밀리아 아빌레스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 앱이 부분적으로 그녀의 과거 관계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앱의 제작 목적을 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적 도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실제 인간 관계에서의 갈등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AngryGF가 현대 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관계 교육의 한 형태로 보일 수 있습니다. 파트너가 겪을 수 있는 일련의 감정적 도전들—주식 시장에서 돈을 잃는다거나, 다른 여성을 무의식적으로 칭찬하는 등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사용자는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들은 고정관념에 빠지기 쉬우며, 여성의 분노를 단순한 문제로 간주해 이를 ‘해결’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위험이 큽니다.

사회적 관점에서 AngryGF의 등장은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앱은 여성의 감정을 게임화함으로써, 실제 여성의 복잡한 감정과 인간관계를 단순화시키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할 ‘경험’입니다. 따라서, AngryGF와 같은 앱은 사용자에게 잘못된 관계 역학을 교육할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실제 인간관계에서의 건강하지 못한 상호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앱은 여성의 분노를 과장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이는 성별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여성의 감정을 단순화하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낡은 이미지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AngryGF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게임의 형태로 재현하고 있어, 성별 고정관념을 더욱 고착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기술이 인간관계를 단순화하고 게임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의미 있는 연결을 구축하고 강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저 현실을 오해하고, 진정한 인간적 연결을 손상시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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