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미국에서 유료화되고 8일 후에 한국도 한 달에 20달러를 플러스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OpenAI사가 한국을 괜찮은 시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르게 유료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시범 서비스 오픈한 지 한달 만에 스탠퍼드 대학생의 17%가 학교 과제물 작성이나 시험에 챗GPT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학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에서 직장인들도 업무에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또 다른 보고서가 시사하듯 챗GPT는 지적 능력이 필요한 대부분의 영역에서 이미 대체할 수 없는 필수재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떨까요? 미국과 유럽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최근 언론이 기사를 쏟아내면서 잘 모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누가 주로 사용하게 될까요? 나는 회사원,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그냥 대학생들이 먼저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초기 진입자들은 과제, 아이디어, 평가 때문에 늘 힘들어하는 계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달에 20달러면 그들의 고민이 모두 해결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럴리 없습니다. 오히려 더 힘들어진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입니다. 생성 AI, 혹은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우리 일에 당장 끼칠 영향은 ‘성과에 대한 기준을 높이는 것’입니다. 기업의 사례를 들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짚어봅니다.

요즘은 회사가 서류와 시험만 보고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전에 과제를 받거나, 코딩 테스트와 같이 현장에서 실무를 직접 평가하는 절차를 채용 과정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지원자들은 절실함으로 인해 챗AI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 조직의 책임자 혹은 채용 책임자도 미리 같은 질문을 인공지능에게 던지고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책임자 눈에 익은 챗GPT의 답보다는 높은 수준을 준비해야만 채용이 되겠지요? 공짜 대답보다 못한 사람을 뽑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회사에 들어가도 같은 상황은 지속됩니다. 회사원 일의 대부분은 정형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조직에서도 소수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인공지능이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 결과를 짜집기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고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눈이 높아진 상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상사도 챗GPT를 보고 있으니까요.

이런 현상은 회사에만 국한될 것이 아닙니다. 학교와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만나게 될 모습들입니다. 황새(높아진 기대수준)를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늘지 않는 사람의 실력)의 신세가 남의 일 같이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챗GPT가 인간에게 던지는 첫 번째 경고는 “인공지능이 성과에 대한 기준을 벼락같이 높일 것”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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