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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세계를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2023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러시아 군인들이 함께 한 자리였다. 그런데 푸틴의 발언보다 한 장의 사진에 세계의 시선이 더 쏠렸다.

푸틴과 함께 있는 사진 속 한 여군의 얼굴이 과거 푸틴이 다른 장소, 다른 인물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도 등장한다는 동일 인물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푸틴이 2016년 보트에 탄 사람들과 쩍은 사진, 그리고 2017년 동방정교회 크리스마스 예배 당시 찍은 사진이 증거로 제시되었다.

푸틴 신년사 관련 사진, 매일경제 캡처

이 사진들은 벨라루스 출신 한 언론인이 트위터에 처음 공개한 뒤 급속히 퍼져 나갔다. 푸틴의 지근 거리에서 찍힌 사진 속 금발의 여성들은 비슷해 보였다. 여기에 의혹이 더 추가되었다. 2017년과 2019년 푸틴이 참석한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던 여성도 동일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서방 언론은 의혹을 쏟아냈다. 한국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군인으로, 어부로, 독실한 신자로, 아이스크림 판매원으로 푸틴이 등장하는 곳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그녀의 정체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푸틴이 국민과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동원된 배우이거나 비밀 경호원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BBC가 검증에 나섰다.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했다. 영국 브래드포드대학 비주얼 컴퓨팅 센터 하산 우가일(Hassan Ugail) 교수는 BBC에 같은 인물이기 위해서는 75% 이상의 일치율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년사 사진의 여군 얼굴을 보트에서 쩍은 사진, 성당 사진과 비교한 결과 일치율이 29%와 28%에 불과했다.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뜻이다.

BBC 캡처

다만 보트와 성당 사진의 여성은 일치율 99.1%의 동일인이었다. 사진을 찍은 연도는 달랐지만 노브고르도(Novgorod) 같은 지역이었다. 러시아 언론을 통해 Larisa Sergukhina라는 여성의 이름이 확인되었다. 보트 사진과 온라인에서 찾은 그녀의 또 다른 사진과도 99.8% 일치했다.

이 여성은 푸틴을 지지하는 통합러시아당의 지역의원이었다. 노브고르도의 생선 거래업체 설립자이기도 했다. BBC는 모스크바 에어쇼의 아이스크림 판매원 여성의 사진도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해 검증했지만 측면에서 촬영되었고, 해상도가 낮아 판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년사 사진 속 여군은 누구였을까? 러시아 언론은 이 여군이 군의관인 Anna Sergeevna Sidorenko 대위라고 전했다. 온라인에 게시된 영상의 이 여군과 신년사 사진의 여군은 얼굴인식 기술에 의해 99.5%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군의 이름은 우크라이나 정보국이 발행한 러시아군 리스트에도 확인되었다.

푸틴 신년사 사진 논란 여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은 서방 세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여겨진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디어 정서도 다르지 않다. 건강이상설, 쿠데타설 등 그를 둘러싼 소문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사진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서방의 이름난 언론도 받아쓰기에 바빴다. BBC의 검증은 BBC의 명성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