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챗봇(chatbot)과 AI 윤석열이 등장하고, 김동연의 AI 대변인이 나타났다.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이벤트 성격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치와 선거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가시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바람과 군중동원이 주류를 이루던 선거운동 방식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여론을 움직이고, 사이버 공간이 유권자를 만나는 새로운 무대가 되었다. 후보의 발언과 행보 일거수일투족이 시시각각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치밀한 계산과 전략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AI, 기계학습, 데이터는 디지털 세상의 핵심 기반이 되어 사회를 이끌어간다. 정치와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오바마를 승리로 이끈 2008년 미국 대선은 기술선거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는 아이폰이 등장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 이메일과 웹사이트의 세밀한 분석을 통한 타켓 캠페인이 힘을 발휘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이 일상화 한 2012년 대선에서 기술선거는 더욱 업그레드 되었다. 오바마 진영은 100명이 넘는 전문가로 데이터 분석팀을 꾸렸다. 유권자의 소셜 미디와 이메일을 정밀 분석해 예측 가능하고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AI를 활용한 이런 모델은 이후 모든 선거 캠페인의 표준이 되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리턴 진영의 선거 운동은 에이다(Ada)라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주도했다. 후보와 후보를 대신한 인물이 언제 어디에서 캠페인을 벌일 지, 어느 곳에 TV 광고를 내보낼 지 등 선거 관련 전략적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선거는 소셜 미디어의 가짜뉴스가 크게 쟁점이 되고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선거 관련 트위터의 1/5은 AI 봇(bot)에 의해 생성되었다.

한국의 내년 대선은 2030 세대가 승부의 향방을 가를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고 한다. 다른 세대에 비해 양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승리를 향한 발걸음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후보의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꿔 이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2030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과 함께 자라온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이다. 디지털 흐름의 선두에 서있고, 디지털 기기의 활용에도 능통하다. 이들을 분석할 데이터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모든 후보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데이터를 총동원해 이들을 분석하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만들고, 개별적인 타켓팅에 공을 들이는 선거 전략에 총력을 기울일 게 분명하다.

물론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만능일 수는 없다. 첨단 기술의 활용에서 트럼프에 앞섰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결국 패배했다. AI는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도와주지만 반대로 여론을 오도하고 왜곡할 수도 있다. 악용 가능성이 상존한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다 예측할 수 있고, 만들어갈 수 있다면 유권자는 꼭두각시가 되고, 선거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선거 때마다 각 캠프에는 전략가들이 몰려든다. 세상을 보는 통찰력,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는 예지력은 기술과 기계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을 잘 포착하고 후보의 리더십과 결합해 유권자가 믿고 따르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술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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