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은 인종과 지역을 초월해 지구촌을 하나로 묶은 1등 공신이다. 수십억 인구의 일상 생활이 되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미국인들이 SNS에 소비한 시간 중 월 평균 92%가 페이스북이라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이런 페이스북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기술적 오류로 2019년애 이어 또다시 대규모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페이스북은 같은 계열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과 더불어 6시간 동안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전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친구와 가족간 연락이 끊기고, SNS 광고가 중단되고, 회사 업무가 차질을 빚는 경우가 속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페이스북이 자사의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여러 차례의 자체 심층조사애서 확인하고도 이를 방관했다는 폭로 기사를 실었다. 10대의 불안과 우울 증가의 원인으로 인스타그램을 지목했고, 연령대와 관계없이 이런 반응이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2019년 조사 내용도 인용했다.
이번에는 언론에 회사 내부 문건을 전달한 전직 페이스북 직원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미 방송에 출연해 폭로를 이어갔다. 페이스북은 사회적 이익과 기업 이익 사이에서 항상 기업의 이익을 택했으며, 다른 소셜미디어도 문제가 있지만 페이스북이 가장 심각했다고 말했다. 구글 등 다른 기술 기업에서 15년 동안 일했고, 페이스북에서는 2019년부터 근무했던 이 인물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앞서 폭로한 문건에는 페이스북이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VIP로 특별 관리하며 이들의 가짜 뉴스 게시물에 특혜를 주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미 상원에서 청문회를 열었고, 그는 이 자리에서 페이스북이 각국의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해 핵심 정보를 숨겨왔다고 증언했다. 주가가 폭락하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미 상원 청문회, 페이스북 전 직원 프랜시스 하우겐
페이스북은 기술 기업의 대명사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명성을 날리며 사랑을 받아왔다.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며 .세상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가짜뉴스의 유통 경로로 곤욕을 치르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 순기능과 더불어 페이스북은 사회적 기업 같은 존재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번 일련의 페이스북 사태로 거대 기술 제국의 숨겨진 이면이 노출되었다. 알고리즘으로 자극을 부추기고, 극단을 탐하게 하는 소셜 미디어의 위험을 진단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땜질 처방에만 의존했다. 안전보다는 사익을 우선했다는 사실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페이스북이 디지털 시대의 선구자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안겨준 독점적 지배력은 사회적 책임보다 거대 제국의 영토를 넓히고 배를 불리는데 주력하게 만들었다. 이용자들에 대한 편의로 포장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돈벌이에만 집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거대 기술 제국은 페이스북만 있는 게 아니다. 손가락을 꼽을 정도의 IT 공룡이 전세계를 무대로 영역 확장에 혈안이 돼있다. 규정과 규제가 느슨할 수 밖에 없는 온라인 무한 공간이 시장이다. 알고리즘으로 이용자들을 붙들고 정보를 빼내며 몸집을 계속 불려 나가고 있다. 누구도 이들을 쉽게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큰 존재가 되었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회사 존재 목적이 이윤 추구인 것은 어릴 때부터 배운다. 선의로 운영되는 기업은 처음부터 목적 의식을 가지고 설립하지 않는 이상 찾기 어렵다.
페이스북이 당장은 괘씸죄로 주가가 좀 떨어진다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정보의 데이터가 두텁고 가입자가 많아 기침 몇 번 하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거대 플랫폼은 자연스런 일상이 되고 상당한 편의가 제공되어 대체제를 찾기가 어렵다. 결국 그 안에 머무르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공공기관이 내 정보를 당연스레 갖고 있는 것처럼, 페이스북에서 지내려면 내 정보는 당연스레 공유재가 된다.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방어책을 강구해도, 자연스런 일상 사진 하나, 일상 문구 하나조차 정보라는 이름으로 헌납되는 체계가 너무 커져 무력감마저 느껴진다.
비밀번호를 바꾸고 사람들 관리를 하는 것조차 바쁜 일상에 치여, 혹은 ‘이 정도 갖고…’의 귀차니즘 때문에 최소한의 방어벽도 치는게 어렵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방치하게 되는 내 디지털 정보들이 쌓여간다는 것이다.
내 눈엔 보이지도 않고, 기억력이 흐릿해져 내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모를 정보들이 차곡차곡 쌓였다가 그들이 필요하면 들여다본다는게 갑갑하다. 그리고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은 더 답답하다.
결국 돈의 원칙에 의해 돌아가는 기업과의 문제 해결에 내가 접근하긴 힘들므로, 법과 사회적 규제로 접근하고 들여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원칙과 규제들에 대한 의논이 이뤄지고 있는지, 방향성은 어떤지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그 관심이 나의 일상과 연계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