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녹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고, 값도 싼 플라스틱이 세상을 뒤덮었다.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획기적인 발명품은 대부분 그대로 버려져 거대한 쓰레기가 되고, 바다로 흘러가 고래의 뱃속에서도 발견된다. 무려 500년을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역습이다.

2019년 10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국내 266개 가정의 일주일간 플라스틱 배출 실태를 조사했다. 모두 1만6629개, 한 가족당 평균 64개의 플라스틱을 버렸다. 71.5%가 식품 용기와 포장재 등이었다. OECD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의 62%가 매립되고, 24%가 소각되며, 14%만 재활용 된다. 플라스틱은 지구촌의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공격한다.

플라스틱은 아무리 분리 배출한다 해도 이물질이 있으면 재활용이 어렵다. 더구나 작고 부드러운 연성의 플라스틱은 선별하기도 힘들다. 쓰레기를 분류하는 기계의 고장을 유발하고, 다른 재활용품을 오염시킨다. 그래서 연성의 플라스틱을 가려내는 일은 인력에 의존해야 하지만 제대로 처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진이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AI를 활용해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는 자동화 로봇 시스템이다. 사물을 확인하고 식별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재활용 폐기물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식별하고 분류하는 방법을 학습한 뒤 작고 부드러운 플라스틱을 정확하게 골라내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AI 플라스틱 재활용 로봇 시스템

관건은 분류 속도와 시간, 그리고 정확성. 연구진은 실험 과정에서 시간당 2000개의 쓰레기 봉투를 처리하고, 100%의 정확성을 보였다고 전한다. 하지만 실제 활용을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 플라스틱의 처리와 재활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50년 200만톤이었던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 3억8000만 톤으로 무려 190배가 증가했다. 정부는 2030년부터 모든 업종에서 비닐봉투·쇼핑백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일회용 빨대와 포크, 숟가락 등을 이미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EU는 올해부터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플라스틱의 역습을 막는 방안으로 재활용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산과 소비, 배출 모든 단계에서 전방위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미국‧독일‧호주 등 세계 6개국 8명의 과학자는 최근 오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수명 주기를 관리하기 위한 국제법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글로벌 협정을 촉구했다.

티어펀드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는 물론 기업 차원에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국제 기독교 구호 개발 기관인 티어펀드(TearFund)는 보고서에서 코카콜라와 네슬레, 펩시, 유니레버 등 4개 다국적 기업이 6개 개발도상국에서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매년 50만톤 이상이라고 밝혔다. 매일 축구 경기장 83개를 덮을 정도의 엄청난 양이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지구를 지키는 일이다. AI 같은 첨단 기술이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물론 효율적인 제어와 관리, 친환경 대체물질 개발 등에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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