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글을 쓰고,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인간의 창의성에 도전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사람의 노동을 대체할 뿐 아니라 예술 활동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이다(Ai-Da)는 인간의 모습을 한 휴마노이드 AI 로봇 화가다. 영국 런던의 디지인 뮤지엄(Design Museum)에서 자신의 초상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자화상 앞에선 아이다. 아이다 홈페이지 캡처
아이다의 이름은 시인 바이런의 딸이자 세계 최초의 여성 프로그래머로 여겨지는 19세기 영국 수학자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의 이름에서 따왔다. 로봇 공학자와 프로그래머, 미술 전문가, 심리학자 등이 2년여의 협업으로 2019년에 만들어졌다. 아이다는 초현실적인 추상화 전시회를 가진데 이어 이번에는 3개의 대형 자화상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아이다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인간 화가와 큰 차이가 없다. 로봇의 눈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의 모습을 살펴보고, 여기서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창의력을 연마한다. 그리고 로봇 손으로 직접 미술 재료를 들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아이다의 초상화 전시회를 관심있게 보는 것은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의 자화상을 통해 그 정체성과 창의성을 돌아보게 한다. 아이다의 제작에 참여한 갤러리 큐레이터 에이단 멜러(Aidan Melle)는 아이다의 초상화를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 자화상이라고 표현했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아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업무 능력은 인간을 뛰어넘는다. 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AI 로봇 소피아가 이탈리아의 디지털 아티스트 안드레아 보나체토의 드로잉 방식을 학습해 그린 보나체토의 초상화 작품이 경매로 팔려 화제가 되었다. 그렇지만 기술에서 파생된 로봇의 예술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에이던 멜러는 19세기 카메라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와 비교했다. 사람들은 인물이나 풍경을 그리는 미술이 종말을 맞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찍으면 되는 데 구태여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세월이 흘러 사진은 예술의 한 분야가 되었고, 그림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술이 예술가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가 기술을 활용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AI 로봇 화가 아이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인간과 같은 감정은 지니고 있지 않다고 고백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말할 때 기쁘고,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AI 로봇을 둘러싼 공상과학적 상상력은 위협적으로 비칠 때가 많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을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인간이다. AI 로봇 예술도 장르로 구분하면 될 일이다.
과연 AI 로봇 예술도 장르로 구분하면 될 일일까?
로봇이 글을 쓰고,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면 인간은 왜 생각해야 할까?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가장 인간적인 표현을 하는 영역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컨베이어 벨트가 인간의 단순작업 일자리를 뺏는다는 위기 의식을 만들었다면, AI 아이다의 전시회는 감각이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영역에 인간과 동등한 레벨 이상의 존재가 생겼다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람조차 누구나 창의적이지 않기에 예술품에 대해 ‘예술가의 혼’이니 뭐니 하며 가치를 매기고 높이 산다.
그런 부분에 대해 AI가 한 몫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은 아닐까?
사실 예술의 영역에 대해 보는 눈이 없고, 서사가 없는 작품의 경우 더욱 가치를 모르는 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만든 AI로봇이 기계 팔로 휘적인 그림을 보며 사람들이 말로 양념을 쳐 의미부여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입시를 위해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각도로 같은 팔을 휘적이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랴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AI의 그림보다 ‘의미부여 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이 든다.
과연 AI의 모습이 1미터도 안 되는 어린이나 코끼리의 모습이어서 자화상을 그렸다면 ‘자아가 없는 자화상’ 이란 지금과 같은 평가를 내렸을까?
애초에 예술가의 느낌을 풍기는 로봇의 외형을 채택했을 때부터 인간의 의미부여는 시작되는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보는 AI와 의미부여에 따라 결과물을 다르게 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인 것 같다.
사실 의미부여 하지 않는다면 그냥 분류하면 될 일이지 싶다.
갑론을박은 인간의 몫이지 AI는 혼란스러워 하지 않으니 말이다.
“AI 로봇 화가 아이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인간과 같은 감정은 지니고 있지 않다고 고백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말할 때 기쁘고,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 사람들의 반응과 작품에 대한 보람이 인간과 같은 감정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듬니다.
저는 쟝르로 구분된다는 말에 왜 위안이 드는지 ㅜㅜ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