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종이신문을 구독하면 3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도 종편이나 케이블TV 처럼 프로그램 도중에 광고를 끼워 넣을 수 있는 ‘중간광고’가 허용된다. 신문 구독자에게 특혜를 베풀고, 시청자에게 불편을 조장하면서까지 이런 정책이 추진되는 것은 전통 미디어 산업이 고사의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방송은 광고의 황금 시장이었다. 한때는 시간대를 기다리며 광고주가 줄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방송 광고 총액은 3조 7,710억원으로 온라인 광고 6조 5,219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모바일 광고에도 뒤처지기 시작했다. 콧대 높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간광고’를 구세주로 여기며 매달린 배경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년 ‘언론 수용자 조사’를 보면 집에서 신문을 정기구독하는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현실이다. 1996년에 69.3%였던 구독률이 2010년에 30%선이 무너졌고, 2018년에는 두 자리수가 깨졌다. 유료 정기구독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환경 변화는 전통 미디어 산업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수많은 대체제가 등장했고, 뉴스와 오락, 정보의 유일 생산 기지로서의 독점적 위상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넷플릭스가 코로나 특수와 더불어 영상 시장을 접수했고, 후발 주자들이 속속 경쟁 대열에 가세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 콘텐츠를 두고 벌이는 호주 정부와 구글 제국의 정면 대결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호주는 자국 언론사가 생산하는 뉴스에 대해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용료 지불을 강제하도록 입법을 추진하고 있고, 두 IT 공룡은 여기에 맞서고 있다. 구글은 호주에서 구글 검색을 중단하겠다는 강경 입장이고, 페이스북도 뉴스 공유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색을 아예 막겠다는 구글의 위협에도 호주 정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뉴스를 통해서도 이들 플랫폼 기업들이 고객을 확보하는 만큼 당연히 대가를 지불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한다. 물론 그 이면에는 생존 위협에 몰린 언론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2005년 이후 호주 신문업계의 광고는 무려 75%나 감소했다. 언론매체의 몰락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며 호주 정부와 의회가 상대적 수혜자이고 포식자인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기자를 낮춰 부르는 ‘기레기’는 한때 편향성이 강한 일부 언론매체 종사자를 일컫는 비속어였지만 이제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기자를 통칭하는 용어처럼 되었다. 그만큼 전통 미디어의 위상이 추락하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반증이다. 영국 옥스포드대 부설 저널리즘연구소의 ‘2020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한국의 언론 신뢰도를 조사 대상 40개국 가운데 꼴찌로 기록하고 있다. 내리 4년째 꼴찌다.

언론 환경이 어려운 것은 호주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지역과 국경을 초월해 디지털 시대 언론매체의 숙명이다. 한국도 호주도 정부 차원에서 전통 미디어의 지원 방안을 고민한다. 호주의 경우 거대 IT제국을 상대로 깃발을 들었다는 게 다른 점이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토종 플랫폼이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우리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호주와 한국의 언론매체 지원 논리는 다르다. 산업적, 시대적 측면을 강조하는 한국과 달리 호주 정부는 언론매체의 어려움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대놓고 강조한다. 옥스포드 연구소의 호주 언론 신뢰도는 한국보다 20위 정도 앞서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비판적 기능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평가로 봐야한다. 그게 호주 정부가 거대 IT 제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동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사실 인터넷이 보편화 하면서 환경 변화는 이미 예상되었고, 수많은 경고와 지적이 있었지만 전통 미디어는 시대의 흐름과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혁신보다는 오랫동안 지속된 독점적 지위와 영향력이라는 기득권을 지켜내는 데 주력했다. 가치와 신념보다는 편향을 드러내고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국은 신뢰도 영향력도 함께 동반 추락했다. 신문을 구독하면 세금을 깎아주고, 드라마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것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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