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을 무기로 삼고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투표 집계를 바꾸지 않더라도 선거를 파괴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 상호 보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성의 민주주의는 낙선하더라도 후보나 지지자들이 다음 선거를 위해 조직하고 경쟁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승자가 자신들을 제거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하거나 선거권을 빼앗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 승자 역시 일시적으로 권력을 잡았을 뿐이며 권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경쟁의 룰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요컨대 상호 보증은 선거가 한 번의 게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반복적 행위라는 일련의 신념과 규범이다.

서로가 극단으로 치우친 상황에서 허위 사실과 증오 발언은 정치 세력과 그 지지자들에게 상대방이 상호 보증의 규칙을 믿지 않는다고 여기게 만든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속임수의 유혹과 폭력적 행태는 급격하게 증가한다.”(Weaponized disinformation and hate speech can wreak havoc on elections, even if they don’t alter the vote tallies. This is because democracies require a system of mutual security. In established democracies political candidates and followers take it for granted that if they lose an election, they will be free to organize and contest future elections. They are confident that the winners will not use their power to eliminate them or disenfranchise them. Winners have the expectation that they hold power temporarily, and accept that they cannot change the rules of competition to stay in power forever. In short, mutual security is a set of beliefs and norms that turn elections from being a one-shot game into a repeated game with a long shadow of the future.

In a situation already marred by toxic polarization, we fear that weaponized disinformation and hate peech can cause parties and followers to believe that the other side doesn’t believe in the rules of mutual security. The stakes become higher. Followers begin to believe that losing an election means losing forever. The temptation to cheat and use violence increases dramatically.)

위의 인용문은 미국 스탠포드대 프리만 스폴리 국제학 연구소(Freeman Spogli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사이버 정책 센터(Cyber Policy Center)가 이 대학 정치과학과 스테판 스테드만(Stephen Stedman) 교수와 선거와 소셜 미디어에 관해 질의 응답한 내용 가운데 일부다. 선거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선거는 정치적 신념이나 인물, 비전, 지역, 이해관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세력이 형성되고 서로 각을 세우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그 정도를 훨씬 넘어선다. 피아를 구별하는 극한의 대결과 편가르기, 맹목의 추종이 상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그 기저에 있다..

작고한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설립한 코피 아난 재단의 디지털 시대 선거와 민주주의 위원회(Commission on Elections and Democracy in the Digital Age)가 지난 1월에 ‘디지털 시대 선거의 본래 모습 보호’(Protecting Electoral Integrity in the Digital Age)라는 보고서를 냈다. 스테판 스테드만 교수는 코피 아난 위원회의 사무총장이다. 허위 정보에 의한 공격, 온라인 극단주의, 소셜 미디어 조작 캠페인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선거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다.

규제 기관이나 운영자, 정당, 후보자, 컨설턴트 등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소셜 미디어에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이게 사회적 불신을 초래하고, 민주적 선거 제도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케냐, 필리핀, 나이제리아 등을 예로 들면서 소셜 미디어가 극단주의 세력들이 증오의 메시지를 보내고 폭력을 선동하는 유용한 도구라는 게 입증되었다고 주장한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가짜 뉴스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진영 논리는 신앙처럼 굳어져 정치적 의견이나 생각을 달리 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균형 감각은 마비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일사분란함이 가치관이 되었다. 자기 진영과 자신들의 주장만을 세상을 재단하는 척도로 삼는다. 동지애로 똘똘 뭉친 디지털 시대 소설 미디어의 현실이다.

2020년 미국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한국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감옥살이 대통령을 여전히 구국의 영도자로 떠받는 이들이나 대통령 측근 불공정 가족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이들 모두 소셜 미디어에 똘똘 뭉쳐있다. 같은 편 정치인들마저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뉴스와 정보는 팩트가 중요한 게 아니다. 유불리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 총선에서도 이들의 입김이 작용할 게 자명하다.

어느 시대든 극단의 주장과 생각은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셜 미디어는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에 자양분을 제공했다. 그 규모와 영향력은 급격히 확장되었다. 선거판을 흔들 지경이 되었다. 보고서는 정부와 업계가 미디어 플랫폼 회사들을 점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 회사로 하여금 내부 통제를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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