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현재 시간 새벽 1시 20분, 쓰레기 무단투기 중인 남성 발견, 이름 000, 직업 00회사 대리, 생년월일 00년 0월 0일…“
섬뜩한가? 이는 사람 경찰이 직접 발견하여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CCTV가 실시간으로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동시에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여차하면 실시간으로 우리가 누군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즉각 보고될 수 있다. 바로 인공지능 CCTV가 어디선가 우리를 24시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인공지능은 션통(深瞳) CCTV로 기존의 CCTV와 달리 인간의 개입 없이 영상 속 정보를 스스로 분석한다. 비주얼 컴퓨팅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라 안면인식을 통한 사람 신분 확인 및 행위 식별을 정확하게 해낸다.
션통 CCTV 연구단의 대표 짜오용(赵勇)은 사람의 시각 원리를 참고하여 션통을 개발했다고 한다. 우리 눈은 멀리 또 넓게 보는 능력이 있어 풍경이나 앞에 펼쳐진 상황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담을 수 있는데 션통 CCTV는 이를 극대화한 것이다. 시야는 사람이 보는 것과 비슷하지만 사각지대가 없고 50미터까지 거뜬히 개개인을 식별해낸다.
션통 CCTV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양은 엄청나다. 500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의 영상을 매일 녹화하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누적시키고 있다. 게다가 딥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사람과 행위에 대한 인식 정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또한 속도 측면에서 보면 1초에 100명까지 식별이 가능하고, 최대 4500만 명의 인파 속에서 사람을 찾아낸 경력까지 갖춘 베테랑이다.
아래 이미지는 션통 CCTV가 목표물을 식별해내는 과정이다. 여러 인물들 속에서 목표물로 생각하는 데이터를 찾아 해상도를 높이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안화요란(眼花缭乱)
션통 CCTV와 대결을 펼칠 검증원은 바로 소매치기 전담 민간 경찰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공공 보안국 소장 장리원(张力文) 경감이다. 장 경감은 사복 경찰이라는 업무 특성상 번잡한 인파 속에서 미세한 움직임마저 관찰해내는 남다른 눈썰미를 길렀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670명이 넘는 소매치기 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했으며, 2000건이 넘는 사건을 해결했다.
공정한 대결을 펼치기 위해 션통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 둘 다 동일하게 지정 구역으로부터 50m 떨어진 위치에 설치했다. 그리고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서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은 100명의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지정된 구역으로 모여 걸어 다니는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각 팀은 목표 인물의 사진을 보고 화면을 통해 목표 인물을 2분 안에 색출 해내면 된다.
목표 인물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장 경감은 모자로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없기 때문에 용의자의 전체적인 움직임으로부터 낌새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했다. 션통 카메라 역시 사람 얼굴로부터 주된 정보를 얻기 때문에 대결이 쉽지 않다고 했다. 아래는 각 팀이 카메라를 통해 본 화면이다. 여러분은 목표 인물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잔디밭에서 바늘 찾기 같은 이 상황에서 과연 두 팀은 정확하게 목표 인물을 식별해 낼 수 있을까?
션통 카메라와 장 경감이 지목한 이는 번호 8783을 달고 있는 사람으로 두 팀 다 정확하게 목표 인물을 찾아냈다. 하지만 션통 팀이 장 경감보다 좀 더 빨리 목표 인물을 찾아내어 기계가 인간을 넘어섰다(机智过人)로 대결은 끝이 났다. 션통 카메라는 목표 인물이 의도적으로 카메라를 피하고 모자로 얼굴도 가렸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 힘들었지만 잠깐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돌린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얼굴을 식별해냈다.
인열폐식(因噎废食)
“안면인식이 최신 생체 인식 기술로 꼽히지만 정작 소비자 절반은 주요 공공장소에 안면인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전국 곳곳에 CCTV가 거의 3억 대 가까이 보급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4.7명 당 한 대꼴로 보급되고 있어 거의 전 국민이 감시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안면인식이나 AI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기술들이 사회 곳곳에 광범위하게 채택되면서 중국 대륙이 거대한 파놉티콘(중앙감시 감옥)이 돼가고 있다.”
“안면인식은 다른 인식 방식 대비 100배 더 위험하다… 안면인식은 특정한 동희, 허용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안면 이미지 추출은 어떤 사진가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흑인과 소수민족들은 신원 확인이 잘못 이루어지거나 인식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안면인식 시스템이 백인이 아닌 얼굴을 잘 처리하는지 확인하는 것을 실패했기 때문이다…”
공포감과 불안함이 조성된 분위기를 전환해보고자 우리 드래곤아이팀의 생각을 댓글 형식으로 적어보았다.
애뚱: 위 사진은 춘절이나 국경절 등과 같은 명절날 중국의 흔한 기차역 모습인데요.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부모님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찾을 건가요? “70대 후반에 빨간색 외투를 입은 노인 분을 찾습니다. 고객센터에 연락 바랍니다.” 설마 이렇게 찾으시려는 분 없으시죠? 빠른 시간 내에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션통의 힘을 빌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타노크: 저는 그냥 실례를 소개해볼게요.
“5만 명이 밀집한 콘서트 장에서 경제사범으로 수배 중이던 31세 남성 안면인식 기술로 인해 체포”, “바이두 실종자 찾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6700명의 실종자가 집으로”
제가 찾은 기사만 봐도 안면인식의 위엄을 알 수 있죠. 우리 사이에 숨어 있는 범죄자를 잡아주고 오래전에 실종되어 생사도 알지 못하는 가족까지 찾아준다면 이 기술,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요?
또롱이: 현재 중국에서 안면인식 결제 보급률이 50프로를 넘어섰다고 하네요. 물론 큰 액수의 경우에는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편의점, 대형마트, 자판기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안면인식을 하고 지문인식으로 이중 보안을 하기 때문에 이제는 핸드폰조차 필요가 없어졌다고 하네요. 편리함은 증가하고 안전은 더 강화한 셈이죠.
편리성을 위해 생체 데이터를 노출시킬 것인지, 편리성을 포기하고 생체 데이터를 지켜낼 것인지 결국 우리의 선택입니다. 우리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편리함이 눈앞에 있는데 편리함을 포기할까요? 저는 편리함을 선택할 것 같네요. 중국 여행을 갔을 때 안면인식으로 3초 만에 기차역 검사대를 통과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부러웠거든요. 아직 외국인은 안면인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지라 30분~1시간가량 줄을 서야 기차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왕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임을 알았다면 안면인식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체계적인 기술도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인간의 지혜가 아닐까요?
우리가 작성한 댓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안면인식 기술의 좋은 활용 사례이다. 물론 안면인식 기술에 대해 마음을 놓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안면인식 기술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아니 오히려 훌륭한 기술임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안면인식 기술의 활용 방안과 사람들의 의식 제고이다. 기술을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응용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사람들은 프라이버시나 데이터 소유권 등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도 당연히 필요하다.
누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생활 침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핸드폰으로 날 찍었다고 해서 그 사진이 내 데이터가 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의 위험성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기술을 경계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지난 기지과인 편의 정답은 각각 세 번째 작품, 네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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