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최대 발생부수를 자랑하던 USA투데이가 경영난에 허덕이다 재일교포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산하 사모펀드가 이끄는 게이트하우스 미디어(GateHouse Media)에 넘어갔다. USA투데이가 속한 신문그룹 개닛(GANNETT)과의 합병으로 미국 전역에 일간지 270여개, 주간지 300여개를 발행하는 미디어 공룡이 탄생하게 되었다.

USA투데이는 미국의 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 기반 없이 전국지로 발행되는 신문이다. 간결한 기사와 쉬운 문장, 그리고 2016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반대 입장을 내기 전까지 줄곧 중립적인 논조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SNS가 가져온 매체 환경 변화와 구독자 감소로 인한 경영 위기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소유권이 넘어가게 된 것이다.

USA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이고 알리바바의 마윈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한 것을 보면 IT 기업의 미디어 업계 진출이 낯설지는 않다. 매체 환경 변화의 위기는 워싱턴포스트 같은 세계 굴지의 신문도 비켜가지 않았다. 6년간 영업수익이 40%나 감소했다. 하지만 편집에는 관여하지 않되, 낡은 사고를 깨고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하는 데 주력한 제프 제이존스의 뚝심은 워싱턴포스트를 백만 명이 넘는 인터넷 유료 독자를 확보한 모범 개혁 사례로 만들었다.

USA투데이와 소프트뱅크가 관련된 두 거대 신문 그룹의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게 될 것이라는 양측의 주장과 저널리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내부 구성원 및 외부의 시각이 교차한다. 24개월 안에 연간 3억 달러의 비용을 줄여 뉴스에 투자하겠다는 입장 발표가 기자 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 계획으로 읽히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지역 신문들이 취재 인력을 줄이거나 폐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시대의 흐름, 기술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비롯된 측면이 많다. 수용자들은 굳이 전통 미디어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되었고, 거대 IT 기업의 광고 싹쓸이는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퓨리서치센터는 2008년 이후 불과 10년 사이에 미국의 신문업계 종사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광고의 가파른 하락이 낳은 결과다.

저널리즘 경쟁 및 보존법안(Journalism Competition and Preservation Act)을 제출한 데이빗 시실린(David Cicilline) 미 하원의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두 플랫폼에 의해 뉴스에 접근한다.”면서 “온라인 독자층이 늘었지만 거대 IT 기업으로 인해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이것이 저널리즘을 유지하는 뉴스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민주주의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다.

한국도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가 사실상 뉴스를 접수했다. 시사저널이 해마다 벌이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2018년 조사를 보면 각계 전문가 43.2%가 네이버와 다음을 가장 열독하는 매체로 꼽았다. 신문과 방송을 압도한 이 조사 결과는 수렁에 빠진 전통 미디어의 위상 추락 상황을 반영한다. 신문보다 상대적으로 위기감이 덜하던 지상파 TV마저 대규모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구글이 전통 미디어 지원을 강화하고, 네이버가 언론사와의 상생 협력을 강조하고, 미국에서 법적 장치를 준비하는 것은 결국 직접 지원이나 광고 수입 배분 비율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대 IT 기업이 장악한 기울어진 뉴스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바뀌거나 전통 미디어가 과거와 같은 위상을 되찾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다만 정파성의 극복, 선도적 의제 선정, 독자적인 대안 제시, 신속한 기술 접목, 다양한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한 신뢰 회복 및 경쟁력 확보의 길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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