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이 발표가 되었다. 60만에 가까운 대학 수험생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더 없이 긴장되는 시기이다. 어느 때 보다 어려웠던 수능으로 평소 성적과 다른 결과를 받은 수험생과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대학 정원의 70%가 넘는 수시입학 제도의 복잡함이다.

수능 성적만으로 입학이 결정되는 정시와는 달리 수시는 내신 성적과 재학 중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만, 대학 마다 다른 기준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선발 방식으로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더구나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시험지 유출, 학생종합기록부 불법 수정사건 등은 선발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마저 의심받게 하고 있다.

선발 주체인 대학도 짧은 기간 동안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서 학생들을 선발하고, 한편으로는 줄어드는 학생의 감소로 인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있다. 또한, 입학한 학생들이 중도에 탈락하거나 반수(半修)와 같은 형태로 학교를 떠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도 큰 과제가 되고 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대학 입시에 디지털 기술, 특히 인공 지능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국내에서는 아직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대학에서는 IT 기술을 학생 선발 과정에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대학의 입학 관계자들은 인공지능이 지원한 학생들의 당락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선발 과정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잠재력 있는 자원을 발굴하고, 학생들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텍사스 대학의 입학사정업무 책임자인 미겔 바실레스키(Miguel Wasielewski)는 최근 이메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로서는 입학전형에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그것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이) 입학 심사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학생의 지원 자료를 기반으로 입학을 결정하는 업무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미국의 일부 대학은 인공지능 기반의 입학지원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매년 수만 명에 이르는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증하고 검토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지원자의 성적이 최소 기준을 충족시키는지, 허위 사실 혹은 표절은 없는지를 판별해서 사정담당자의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

사정 기간 동안 지원자들의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주고 입학 이후에 학교 적응을 돕는데도 인공지능은 활용될 수 있다. 2016 년 여름, 조지아 주립 대학은 신입생이 일반적으로 묻는 질문에 대해 2000 개가 넘는 텍스트 기반 답변을 작성하여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 덕분에 대학은 합격자 중에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을 첫 해에 22%, 그 이후로 37%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은 훨씬 더 도전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학생들의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이 대학은 컴퓨터가 학생들의 잠재적 가능성까지 알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떤 학생이 현재 학업 성적은 약간 부족하지만 그 추세가 상승하고 있는지,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장점이 있는지를 파악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어느 대학 당국자도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입학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비교적 초기 단계에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은 대학의 업무 전체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입학 사정 업무에서도 최소한 사람이 지원자의 탈락 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법적, 윤리적 문제를 우려한다. 빅 데이터와 사람의 경험에 의해 학습된 인공지능은 사람의 편견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고, 그 판단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 그리고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공지능이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잠재력이 사람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의 틈을 헤집고 들어온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날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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