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입국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소지품 검사는 랜덤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외없이 진행한다. 미국 비자 신청자에게 과거 5년 치 소셜 미디어 계정과 이메일 주소, 전화 번호 제출을 의무화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을 공격 목표로 삼는 테러 단체가 많은데다 9.11 참사를 겪으면서 미국의 보안 정책은 계속 강화되었다.

국가 차원의 보안 정책은 개인의 권리나 프라이버시와 상충하기 마련이다.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 11명이 2017년 9월에 미 국토안보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 보안 요원이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들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검색한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 엔지니어, 언론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의 직업을 가진 이들 가운데 여러 명은 무슬림과 소수민족 인종이었다.

미국 국토안보부와 이민관세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은 공항이나 국경 지대에서 영장이나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도 여행객들의 신체나 소지품 검사를 해왔다. 보안을 내세운 이런 모습은 대부분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사적인 내용과 모든 생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의 검색에 문제를 제기했다.

출처 : 미 국토안전부 홈페이지 캡처

미 정부 당국은 공항이나 국경에서의 보안 검사는 오랜 관행이고, 국경 지대는 다른 곳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테러를 방지하고 밀수를 적발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라고 주장했다. 특히 아동 포르노 같은 불법 파일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 검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5월에 매사추세츠주 연방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판사는 휴대전화를 압수하기 전에 반드시 정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2014년 대법원 결정을 인용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공항이나 국경이 특수 지역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검색 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체나 소지품 검색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기를 함부로 들여다보는 것은 그 소유자의 생각까지 침입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번 소송을 대신한 미국 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과 비영리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기관인 전자 프론티어 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은 공항이나 국경지대도 헌법을 피해갈 수는 없다며 디지털 권리에 진전을 이룬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토안보부와 이민관세국은 2017년에 여행객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3만 2천여개의 디지털 기기를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들여다봤다. 이 수치는 2016에 비해 50% 이상 늘었고, 2015년과 비교해서는 3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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