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목적의 체벌이 당연시 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선생님이 다 매를 든 것은 아니었고, 또 간혹 감정 섞인 구타도 없지 않았지만 사랑의 회초리는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 잘못된 길로 빠지는 학생들을 훈육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오로지 학교와 선생님에게만 교육을 의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시대와 문화가 변화면서 체벌의 교육적 효과를 둘러싸고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찬반 양론, 그 어느 쪽이 무조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교육에서 회초리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훈계를 위한 목적이라 해도 교사의 체벌은 용인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체벌은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감정의 문제나 갈등으로 번지기도 하고, 사회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물리적 압박을 가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은 최고의 교육법입니다. 부모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아이들을 이런 학교나 교사에게 맡기고 싶어하겠죠. 괴롭힘이나 왕따가 사라지고, 수업 중에 학생들이 졸거나 딴짓하지 않고 오직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공부에만 몰두하는 학교는 과연 존재할까요? 기술로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출처 : 중국 시나망 캡처
중국 항저우의 한 중학교 교실에는 ‘스마트 행동관리 시스템’, 또는 ‘스마트 아이(smart eye)’라고 불리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3개의 카메라가 수업중인 아이들의 얼굴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 시스템은 학생들의 얼굴에서 무표정과 행복, 슬픔, 분노, 두려움, 놀람 등 7개의 감정을 추출해 수업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에 따른 후속 초치를 취하게 합니다.
학생 개개인 별로 관찰하는 이런 정보는 낱낱이 컴퓨터에 기록될 뿐 아니라 교무실에 있는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나타납니다. 선생님이 알아채지 못한 상황에서 특정 학생이 다른 생각을 하며 한눈을 팔면 시스템은 교사에게 이를 즉각 전달합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이런 사실을 의식하게 됩니다. 학교측은 이 시스템이 선생님에게는 보조 교사가 되고, 학생들에게는 수업 태도를 달라지게 하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학교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처 : 중국 시나망 캡처
학교가 직면한 현실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거의 모든 나라가 공교육의 위기를 말합니다. 교사의 권위는 추락하고, 아이의 눈과 귀를 빼앗아 간 디지털 모바일 기기는 수업 집중을 방해합니다. 기술을 활용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중국의 실험을 부모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학생들의 마음을 읽어내 자극을 주는 게 공부를 잘하게 하고 아이들의 장래를 보장할 수 있다면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일까요, 아니면 아무리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감시와 사생활 침해에 노출되게 하는 만큼 지양해야 마땅한 일인가요?
선생님의 회초리가 생각났습니다. 회초리든 카메라든 그 의도야 아이들이 바른 태도로 공부에 집중하게 하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자극과 심리적 압박이라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회초리에 선생님의 따듯한 배려의 손길이 배여 있다면 기술은 일방적으로 옳고 그름을 재단하고 고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CCTV의 나라 중국적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지만 우리나라의 극성 학부모나 학원가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술이 갖고 있는 최대 장점은 효율성입니다. 기술은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게 합니다. 올바른 교육은 스스로 익히고 배우게 하는 자율성에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독자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말하고 행동하게 하는 데 교육의 가치가 있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강요나 감시에 의존하면 부작용을 낳기 마련입니다. 기계와 기술을 의식해 교실에서 짐짓 얌전하고 착한 학생이 된다고 해서 이것을 교육적 성과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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