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을 24시간 내내 감시하는 CCTV는 으레 도심에 몰려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한 시간에 버스 한 대가 겨우 다니는 내가 사는 면 단위 동네 어귀에도 CCTV가 지켜본다. 주민들의 고령화와 더불어 빈 집이 늘면서 방범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은 한적한 농촌 지역까지 경쟁적으로 CCTV가 설치되면서 일부 군 지역에는 통합관제센터라는 CCTV 전담 부서까지 생겼다.

전국의 CCTV는 대체 몇 대나 될까? 공공기관의 경우 통계가 가능하겠지만 민간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통상 한 사람이 하루에 CCTV에 노출되는 게 150번 정도 된다고 한다. CCTV는 효율적인 무인 방범 체제로 각광 받으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그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시대의 흐름이 텍스트에서 비디오 바뀌면서 영상 데이터의 보물 창고인 CCTV를 주목하게 되었다.

나도 몰래 찍고 찍히는 CCTV는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AI 사물 인식 기술과 접목하면 무서운 힘을 갖게 된다. 카메라에 비친 사람의 얼굴은 경찰이나 정보기관, 지방자치단체, 각급 기관이나 단체,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신원이 낱낱이 밝혀지고 움직인 동선이 세세히 파악된다. 방범과 안전의 이면에는 감시와 통제가 도사리고 있다.

영국의 BBC는 중국의 CCTV 실태를 보도했다. 특파원이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중국 공안에 자신의 위치를 찾아보라고 요청했다. CCTV만을 이용해 중국 공안이 그를 찾아내는 데 걸린 시간을 불과 7분이었다. 누구든 손금 보듯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는 인공지능을 갖춘 CCTV 카메라가 170만대 이상 설치되어 있고, 이것은 범죄 예방뿐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미국의 반도체업체인 엔비디아는 사람의 얼굴을 99%의 정확도로 알아볼 수 있는 인공지능 CCTV를 개발했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특정인의 얼굴을 포착하면 곧바로 누구인지 인식하고, 이 사람이 어디로 움직이는 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과거 몰카의 공포는 특정한 공간 속에서 특정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사방 천지가 몰카에 개방되는 세상이다. 거리나 건물 그 어디를 지날지라도 CCTV에 노출되는 즉시 성별과 이름, 나이, 직업 둥 자신의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영국의 교회가 CCTV 설치를 둘러싼 해석을 내놓았다. 남부 캔터베리에 있는 한 교회 목사가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 교회를 개방하기 위해 교회 안에 CCTV를 설치하려고 했다. 종교 갈등으로 인한 기물 파손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는 그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주일 예배와 장례나 결혼 의식 때에는 CCTV를 반드시 꺼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예배나 기도를 위한 특별한 장소이고, 교인들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영국 교회의 이 같은 결정은 종교적 동기에서 비롯되었지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CCTV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신과 교감하는 종교 영역까지 CCTV가 지켜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근본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CCTV는 일상 생활에서 범죄 예방 장치로서의 효율성만 부각되며 부작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몇 년 전 갤럽 조사에서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7명은 CCTV 확대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CCTV는 어느 순간 범죄 예방이 아닌 모든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감시장치가 될 수 있으며, 독재자의 권력을 지탱하는 도구가 될 수 있고, 인권 탄압의 선봉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축적된 개개인의 영상 정보가 유출돼 몰래 거래될 수도 있다. 거리마다 건물마다 당연하게 걸린 CCTV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현실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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